‘임의탈퇴 無·계약 공개’ 정당하게 돌아가는 외인시장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2.05 13: 00

한국프로야구 외국인선수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있다. 관례처럼 이뤄졌던 악의적인 임의탈퇴가 거의 사라지고, 계약 규모도 총액 30만 달러로 통일되지 않는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 외국인선수 이동이 투명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팀을 떠난 외국인선수를 임의탈퇴로 묶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재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에도, 부메랑 효과를 두려워해 타구단 유니폼을 입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임의탈퇴된 외국인선수는 2년 동안 전 소속구단에서만 뛸 수 있다. 사실상 한국 재취업 기회는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는 10구단 전부 쿨하게 움직였다. 재계약 대상이 아닌 외국인선수들은 모두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덕분에 LG에서 뛰던 브래드 스나이더가 넥센과 계약을 체결했다. 3년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쉐인 유먼도 한화와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겨울 KIA가 헨리 소사를 임의탈퇴로 묶지 않았고, 덕분에 넥센은 시즌 중 소사를 급히 영입할 수 있었다. 각 구단과 외국인선수들이 상부상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LG 양상문 감독은 “우리 팀을 떠난다고 다른 팀과 계약을 못하게 하는 비겁한 짓은 할 수 없다. 임의탈퇴 제도를 이런 식으로 쓰면, 외국인선수들 사이에서도 우리 팀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LG 백순길 단장 또한 “사실 스나이더의 경우, 넥센 아니면 롯데가 데려갈 것이라 예상은 했다. 그런데 감독님의 요청도 있었고, 스나이더가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스나이더를 임의탈퇴로 묶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선수 계약 내용도 투명해졌다. 지난해 겨울까지 총액 30만 달러로 통일됐던 계약규모가 이제는 천차만별이다. 지난 1월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 제도가 폐지됐다. 이후 한화는 1월 29일 앤드루 앨버스와 총액 80만 달러 계약을 축소 없이 발표하며 선례를 남겼다.
올 겨울 외국인선수 계약 내역을 살펴보면, LG가 하렐과 총액 90만 달러, NC는 테임즈·찰리와 각각 총액 1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kt 또한 빅리그 유망주 출신 마르테와 총액 6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역시 강속구투수 피가로와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30만 달러 외국인선수는 이제 없다.
한국야구 수준이 올라가고, 토종선수들에게도 메이저리그 진출 문이 열리면서,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의 교류 및 인연이 늘어나고 있다. 스나이더는 추신수와 클리블랜드 시절부터 포지션 경쟁을 했고, 2014시즌 텍사스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류제국 또한 2013시즌 류현진의 팀 동료였던 놀라스코와 마이너리거 시절 룸메이트였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토종선수와 외국인선수가 같은 에이전트 그룹에 속하기도 한다. 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가 투명하게 공생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