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내게 난독증이 있는 걸까.
아무리 읽어봐도, 그래서 잘못을 했다는 건지, 안했다는 건지, 사과를 하긴 하는데 정확히 어떤 점에 대해 누구를 향해 사과를 하는 건지 아리송하다.
사태 발발 3일만에 대중 앞에 내놓은 에네스 카야의 사과문 말이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사과를 할 때 가장 답답한 것은, 자기가 잘못을 했다는 건지 아닌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잘못도 사실이고, 여러분께도 죄송하다'와 '잘못은 사실이 아니지만 일단 여러분께는 죄송하다'는 명백히 다른 말이지만, 보통의 사과문 안에서 매우 자주 혼동되고 있다.
에네스의 사과문을 보자. 그는 "제 잘못의 과소를 따지기에 앞서 누를 끼친 점에 대하여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많은 팬들이 실망한 만큼 사과도 필요한 일이긴 하나, 잘못의 과소를 따지는 일보다 앞설 필요는 없다. 만약 그가 사과문에서 밝힌대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수위 높은 말을 했다 ▲환대에 취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순간도 있었다 정도라면, 이같이 비난을 받고 '혼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정확히 "결혼 전 저 또한 또래의 젊은이들처럼 인터넷을 통해 낯선 사람을 알게 되는 일도 있었고, 그 관계가 이어져 일면식도 없는 상대와 수위 높은 말을 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외국인인 저에게 친근함을 보여주셨고,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이러한 환대에 취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라고 썼다.
결혼 전 알게 된 낯선 사람과 (결혼 후에도) 관계가 이어졌다는 점, 상대가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끔 한 적이 있다는 점 정도만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에 돌고 있는 카톡 메시지창 복사 이미지나, 폭로 여성이 에네스 카야의 음성이라고 주장한 오디오 파일에 대한 해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에 만났다거나, 에네스가 더 적극적이었다는 여성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허위사실'인지도 애매하다.
"그것은 합성이며, 자신과 무관한 함정"이라고 밝히는 게 가장 깔끔하겠지만 에네스는 그러지 않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도 단언할 순 없지만, 그렇게 결백함을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가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어찌 되었든 현 사태는 저의 과거 행동에서 촉발된 것이므로 겸허히 여러분들의 비난을 수용하고자 한다"는 말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물론 잘잘못을 따지는 건 아마도 법정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가 대중 앞에 모든 사생활을 검수받을 필요, 당연히 없다.
그는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거짓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하여 단호히 대처하는 것 또한 그 동안 저를 아껴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므로 이는 차분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므로, 그에게도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었을 터. 이 부분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를 사랑했던 대중의 성격은 급하다. (사실이든 아니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단순히 '네티즌'의 신분을 넘어서서 언론 앞에 실체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어찌됐든 '지금' 팬들이 원하는 건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에네스 카야가 '실제 에네스 카야'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이는 사실 호불호를 나누는 것도 성급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절절한 반성도, 절대 아니라는 억울함도 아닌 아리송한 공식입장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와 관련된 일들로 저에게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사랑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히게 되어 죄송한 마음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는 멘트는 너무나 '공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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