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를 최대한 억제하라.
한화가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 2명으로 한국리그 유경험자 쉐인 유먼(35)과 미치 탈보트(31)를 낙점했다. 유먼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롯데에 몸담았고, 탈보트도 2012년 삼성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한화가 이례적으로 외국인 투수 2명 모두 재활용 카드를 뽑아든 데에는 김성근(72) 감독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유먼과 탈보트 모두 김성근 감독이 직접 고른 선수들이다. 유먼 47만5000달러, 탈보트 60만 달러의 연봉에서 나타나듯 특급 수준은 아니다. 유먼은 올해 눈에 띄게 하향세였고, 탈보트도 한국을 떠난 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해 대만에서 뛰었다. 최근 성적을 보면 두 선수에게 큰 기대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두 투수가 갖고 있는 경험과 안정성을 높이 샀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 영입을 앞두고 우선적으로 한국에서 뛰었던 선수들에 대한 자료를 구단에 요청했다. 일본에서 나온 선수들도 포함돼 있었지만 이왕이면 한국에서 실적이 있는 선수들로 후보군을 좁혔다. 그 결과가 유먼과 탈보트.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방출된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으셨다.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한국에서 뛰었고, 던지는 것을 직접 본 투수들을 위주로 검토하셨다"며 "새로운 선수의 경우 단순히 영상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감독님은 예측 가능한 선수들을 필요로 했다"고 영입 과정을 밝혔다.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 변수를 최소화하는 김성근 감독 스타일상 모 아니면 도의 모험보다는 안전 위주로 갔다. 한화 구단에서도 김 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한화는 수년간 외국인 투수 농사에 실패했다. 이름값 있는 투수들도 한화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실패 잔혹사가 있는 한화로서도 위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한화 관계자는 "새로운 선수들은 돈을 많이 줘도 와서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번 검증이 됐고, 국내를 경험한 선수들이 감독님은 구상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신 듯하다"고 덧붙였다. 유먼과 탈보트 모두 압도적인 힘은 없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투구를 한다. 쉽게 말해 계산이 서는 전력이다. 이들이 선발로 5~6이닝으로 2~3실점 이하로 막아주면 김 감독 특유의 불펜 운용으로 승산을 높일 수 있다.
김 감독은 과거 LG와 SK 시절 외국인 투수 덕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케니 레이번, 카도쿠라 켄, 게리 글로버 등 좋은 투수들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새 얼굴들이 실패한 케이스. 시즌을 운용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때 경험을 거울 삼아 김 감독은 한화에서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 감독의 외국인 투수 재활용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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