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이라 쓰고 명품 연기라 읽는다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06 07: 42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정말 할아버지 아냐? 요즘 TV 속 신하균을 보면 저절로 찍히는 의문부호다. 40대, 한창 잘 나가는 국내 지존의 연기파 배우에게 던지는 찬사로 이보다 더 좋은 말이 또 있을까.
천의 얼굴 신하균이 또다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중독성 강한 연기로 시청자를 낼름 삼키는 중이다.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백'이 그 무대다. 괴팍한 70줄의 재벌가 회장 역을 맡아 할아버지로 변신했다. 최첨단 분장 기술 덕분에 노인 처럼 보이는 게 아니고 마치 '백투더퓨처'처럼 타임머신으로 타고 미래의 어느 날, 신하균을 대하는 느낌이다. 시쳇말로 영락없는 백.발.노.인.이다.
'미스터백'은 돈-지위-명예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것 없는 70대 재벌회장이 우연한 사고로 인해 30대로 돌아가면서 벌이게 되는  좌충우돌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이런 류의 로맨틱 코미디는 사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수두룩했다. 톰 행크스가 파릇파릇 나이에 연기했던 '빅'도 그렇고 이제 고전이 된 '18 어게인'은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바 있다.

그럼에도 ‘미스터백’ 러브 스토리가 진부하지 않은 건 신하균의 맛깔진 연기 덕분이고 이에 호응하는 장나라 표 꿀맛 리액션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시쳇말로 신하균 장나라의 케.미.폭.발.이다.
작가는 자칫 단순해지기 쉬울 '미스터백'의 러브라인을 살짝 비트는 묘수 내지 꼼수도 발휘했다. 젊어진 아버지와 실제 젊은 아들이 한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플롯이다. 그 안에 또다시 실타래처럼 비비꼬였던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설정했으니 사랑이 풀리면 부자지간이 울고 부자지간을 풀자니 사랑이 우는 식으로 변주했다. 역시 피날레의 키포인트는 선택이 될 것이다. 신하균이 됐건 장나라가 됐건.
어찌됐건 사랑에 빠진 할아버지 신하균의 연기력은 갑이고 마약이다. 촛점 잃은 눈으로 손을 떨고 말을 더듬는 동작 하나하나에서 뭐하나 흠 잡을 곳이 없다. 이 상태 그대로 몸만 30대가 되고 나서 벌이는 애정 행각은 영락없이 쌍팔년도식 사랑법을 반복한다.
이 부분이 바로 신하균의 겉과 속이 한결같은 연기법 아닐까. 지난 해 '내 연애의 모든 것' 이후 1년여만에 TV 드라마로 컴백한 그는 다른 배우들이 꺼릴 고난도 캐릭터를 맡았지만 한결 성숙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상대역 장나라도 보기 드물게 로코에 제대로 특화된 여배우답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은하수 역으로 등장, '미스터백'의 재미를 배가 시키고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OSEN이 리뷰한 지난 4일 방송된 ‘미스터 백’ 10회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48일의 의미를 깨달은 최신형(신하균 분)이 성공만을 위해 냉철하게 달려왔던 과거를 후회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신형은 아들 대한(이준 분)과 연인 은하수(장나라 분)의 곁에서 애틋한 추억을 남기며 기약 없는 이별을 준비했다.
앞서 신형은 자신에게 주어진 48일이 중생세계의 여러 가지 고통을 의미함을 깨달았다. 이에 가까스로 깨어난 신형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무심했던 지난날 후회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신형은 공짜로 얻은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후회 없이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 “다시 한 번 제대로 늙으러 가 보자”고 소리친 후 아들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은하수를 향한 대한의 감정을 알게 된 신형은 자신을 걱정하는 은하수의 연락을 일부러 피해 보는 이들의 애간장을 녹이게 했다.
아들과 한 여자를 두고 신경전을 펼쳐야 하는 얄궂은 삼각관계. 결국 은하수를 향한 마음을 완전히 접지 못한 신형은 하수 앞에 등장해 펑펑 우는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어 사과의 의미로 옥상데이트에 나선 신형은 하수에게 바빠질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이별을 암시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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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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