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신입 4인방이 힘겨워 했다. 빈틈없던 강소라와 밝던 변요한까지 눈물을 보여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난 5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15회에서 신입 4인방은 각기 다른 이유로 고통 받았다. 자신이 지닌 한계, 동료에 대한 질투, 사생활, 상사와의 갈등 등 제각각이었다.
장그래(임시완)는 정직원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부족한 자신에서 찾았다. 운항 선박의 사고로 혼란에 빠진 철강팀에 해결책을 제공할 만큼 통찰력이 좋은 장그래였지만, 정작 자신의 사업 아이템은 통과시키지 못했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오차장(이성민)의 '10만원 미션'을 성공 시키고자 한국기원을 찾았지만, 오히려 지난 날의 상처만 되새김질한 꼴이 됐다.

장백기(강하늘)는 장그래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렸다. 늘 냉정한 강대리(오민석)였지만 "정답은 모르지만 해답을 아는 사람"이라며 장그래를 칭찬했다. 지금껏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시간이 고졸 검정고시 출신 장그래 보다 낮게 평가 받는다는 데 그는 속상했다. 하지만 장그래와 같은 미션을 수행하며, 장그래의 진짜 얼굴을 발견했다. 장그래의 간절함을 본 후 장백기는 장그래를 '우리'의 범주에 넣었다.
안영이(강소라)는 가족들의 전화로 흔들렸다. 가족들은 그에게 또 거금을 요구했다. 평소 야무진 안영이였지만 정과장(정희태)의 요청을 잊거나,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대리(전석호)와 유대리(신재훈)이 넋이 나간 안영이를 걱정했지만, "상관하지 마십쇼"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결국 하대리는 참지 못하고 "집안일은 출근 전에 해결하라"고 소리쳤다.
'비타민' 한석율(변요한)은 기가 죽었다. 익명게시판에 성대리(태인호) 험담을 게재한 일이 들통난 탓이었다. 커피 심부름, 보고서 눈앞에서 찢기 등 각종 굴욕을 당했다. 그래도 불평 한 마디 못했다. 그는 장그래에게 "현장에 돌아갈까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무기력한 처지를 한탄했다. 과장된 몸짓은 여전했지만, 힘이 빠진 한석율의 모습을 동기들은 걱정했다.
그러나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했다. 장그래는 '프로의 냄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에 대해 깨우쳤다. 장백기는 장그래에 대한 마음을 고쳐먹었다. '공격'에 대해 쉽게 생각한 한석율은 기다림을 배웠다. 아파야 청춘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고군분투 뒤에는 가르침이 남았다.
애잔함이 가득한 15회였지만, 동시에 캐릭터들을 더욱 풍부하게 보여준 회차이기도 했다. 바둑 꿈나무로 화려했던 장그래의 과거, 장백기의 '개과천선', 안영이의 치명적인 약점, 한석율의 심경 변화 등이 한 회에 펼쳐졌다. 특히 그동안 경계하던 장백기가 장그래의 동료로 돌아서는 계기이기도 했다.
'미생'은 이제 종영까지 5회를 남겨놓고 있다. 이날 신입 4인방이 겪었던 아픈 날들이 좋은 날들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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