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밥심? 투덜이 이서진이 반찬입니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06 12: 47

'삼시세끼'는 아주 단순한 예능이다. 출연진이 많거나 호화롭지 않은데다 제작비를 엄청 쏟아붓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예능, 재미있고 웃긴다. 그래서 당연히 시청률도 팍팍 오르는 중이다. 케이블 '삼시세끼'의 일취월장을 보면서 지상파 예능 PD들은 부러움 반, 시샘 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삼시세끼'의 저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무엇보다 '삼시세끼'의 힘은 밥심이다. 예전 우리네 엄마들은 자식뻘 누군가를 보면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었다.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세상 살 힘이 생기는 까닭에. 나영석 PD는 이 점에 주목했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아주 원초적이고 간단한 주제를 찾았다. 바로 밥이다. 맛집 순례와 야식 먹방이 판치는 세상. '삼시세끼'는 보릿고개를 걱정하며 그저 하루 세끼 챙기는 걸로 인생의 낙을 꼽았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삼시세끼'는 이래서 메인MC의 역할이 밥을 보조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반찬 아니겠는가. 좋은 쌀로 잘 지은 밥은 밥맛으로만 한 그릇 뚝딱이지만 맛깔진 반찬을 곁들일 때 더 빛을 발한다. '삼시세끼'에서 그 역할은 투덜이 이서진이 제대로다. 어른 앞에서는 겸손하고 예의를 깍듯하게 갖추다가 혼자 남아 투덜거리기 시작하는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다.

지난 5일 방송분에서는 이서진에 특별 게스트들까지 어우러져 모처럼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유기농 식탁을 차렸다. 이순재와 김영철이 깜짝 등장해 이서진, 최지우, 손호준 등과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대 선배의 등장에 손호준은 안절부절못했지만, 이서진과 최지우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지우히메 최지우는 갓 담은 김장김치와 수육만 먹고 귀가하려던 참에 나타난 이순재와 김영철. “왜 가. 밥 먹고 고스톱치자.” 웃음이 저절로 빵 터졌다.
이후 여배우 최지우는 의외의 고스톱 실력과 타고난 운으로 설거지 내기에 승리, 김영철 팀(김영철+손호준)에게 얼음물 설거지를 미루는데 성공했다. 이에 이서진은 “최지우 씨가 기가 모두를 눌렀다. (최지우는) 여기랑 잘 맞다. 필히 고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추천했다. 투덜이도 가끔은 자기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모양이다.
'삼시세끼'를 이끄는 힘은 역시 편안함이다. 밥 배불리 먹고 등 따습게 눕는 자유! 우리 선조들이 바랐던 최고의 안빈낙도를 지금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바로 이런 예능아닐까 싶다.
mcgwire@osen.co.kr
'삼시세끼'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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