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 FA 선수 4명의 거취가 아직도 묘연하다.
올해 FA 시장은 역대 최다 19명의 선수들이 신청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8명이 원소속팀과 재계약한 가운데 7명이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다. 남은 선수는 이제 4명. 투수 이재영(35) 포수 차일목(33) 내야수 나주환(30) 외야수 이성열(30)이 아직 미계약 FA 신분이다.
지난 3일 타구단 FA 협상이 끝났고, 4일부터는 원소속팀과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별다른 협상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구단들은 대체로 느긋한 편. 이재영과 나주환 2명이 돌아온 SK는 이미 FA 예산을 소진한 만큼 좋은 대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들의 대체 자원도 충분하다.

KIA와 넥센도 차일목과 이성열에게 굳이 끌려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리빌딩을 선언한 KIA는 포수 자원도 내부적으로 키워 쓰겠다는 계획. 넥센은 외국인 타자로 왼손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가 합류하며 이성열의 필요성이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선수들만 점점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미계약 FA 4명의 발이 묶인 것은 등급이 나눠지지 않은 보상규정 때문이다. 나주환과 이성열처럼 비교적 젊은 FA 선수들은 주전급으로 충분히 뛸 수 있다. 다른 구단에서 필요로 할 수 있다. 다만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따른다.
이 경우 해답이 될 수 있는 게 바로 '사인 앤 트레이드'. 먼저 원소속팀과 계약한 직후 다른 팀에 트레이드 하는 것이다. 보상선수에 부담을 가졌던 팀은 필요로 한 부분을 충족하고, 원소속팀은 선수든 현금이든 보상받는 방식. 실제로 FA 계약 후 트레이드가 몇 차례 성사됐다.
FA 원년이었던 2000년 1월 LG 송유석은 7500만원에 재계약한 후 신국환과 함께 한화 최익성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같은 해 김정수도 5000만원에 해태와 재계약한 직후 신생팀 SK로 트레이드됐다. 대가는 현금 5000만원. 2005년 1월에도 롯데 김태균이 8600만원에 재계약한 뒤 내야 자원을 필요로 한 SK에 현금 1억원과 맞교환됐다.
가장 최근에는 2006년 1월 두산 홍원기가 8000만원에 계약한 뒤 현대 장교성과 트레이드돼 새둥지를 텄다. 홍원기를 마지막으로 사인 앤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와 달리 'FA 물가'가 크게 치솟았고,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것도 부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원소속팀도 선수 길을 열어주며 전력 보강 방법으로 사인 앤 트레이드를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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