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미생',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12.07 07: 06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서는 높은 현실의 벽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장그래(임시완 분)와 안영이(강소라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리고 그 벽 앞에서 개성을 잃어버린 한석율(변요한 분)의 모습도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한석율이었다. 앞서 한석율은 원인터의 활력소로 동기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그들을 웃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하지만 이날 모습을 드러낸 한석율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일단 개성 넘치던 5:5 가르마의 머리 스타일부터 달라졌다. 크게 S자를 그리던 그의 앞머리는 온데간데 없이 남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단정한 머리 스타일이 눈길을 끌었다. 웃음도 없었다. 동기들을 만날 때마다 개구진 표정과 포즈를 취하던 그는 회사 로비에서 장그래를 만났음에도 아무런 말 없이 사무실로 올라갔고 그런 그의 모습 위에 "한석율은 웃음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석율을 잃었다"라는 장그래의 내레이션이 흘러지나갔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부정에 맞서 싸울 수 없는 자신의 나약한 힘에 무기력해졌기 때문이었다. 앞서 성대리(태인호 분)를 향해 먼저 싸움을 시도했던 한석율은 족족 싸움에서 패배하기 일쑤였고 결국 그는 자신의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아픔에 괴로워해야했다. 그렇게 한석율은 자신을 잃어버렸다.
장그래와 안영이의 현실도 만만치 않았다. 장그래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담당했던 아이템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다. 카자흐스탄 아이템을 기획하고 밤을 새서 준비, 승인이 떨어진 이후에도 카자흐스탄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외워가던 장그래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아이템을 넘겨야 한다는 사실에 잔뜩 상처만 입고 말았다.
장그래를 아끼는 팀 사람들, 심지어 오차장(이성민 분)마저도 이번 사태에선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앞서 김대리(김대명 분)가 징계 위기에 처했을때 전무(이경영 분)를 찾아가 이를 무마시킨 바 있는 오차장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회사의 방침에서 나온 결정이기에 별 도리가 없었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오차장은 장그래에게 "취해있지 말아라"라는 조언 밖에 해줄 수 없었다.
안영이는 강제로 아이템을 포기해야 했다. 마부장(손종학 분)의 횡포 하에 안영이는 아이템을 강제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며 밤새 준비한 아이템을 쉽게 넘길 수 없었던 그에게 정과장(정희태 분)은 "나 승진 대상이야. 부탁할게"라는 말을 남겨야 했다. 결국 안영이는 자신의 상황을 인정, 눈물을 머금고 아이템을 포기했다.
이러한 신입들의 상황을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다.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듯 싶다. 회사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같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러나 몸에 손을 대는 마부장에게 소심하게 대든 후 몸을 벌벌 떠는 정과장의 모습이나 경험을 살려 일 적으로 성대리에게 반격하는 한석율의 모습은 '각박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미생'을 더욱 기대케 했다.
한편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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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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