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돈잔치가 벌어진 한국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일본도 놀랐다. 한국프로야구의 특급 스타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아가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시장의 규모는 차이가 있지만 향후 일본행을 염두에 두는 선수들의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이번 FA 시장은 총 19명이 시장에 나와 6일까지 15명이 원소속팀에 잔류하거나 새 둥지를 찾았다. 이 15명이 기록한 몸값의 총액은 총 611억1000만 원이다. 아직 소속팀을 결정하지 못한 네 명의 선수(나주환 이재영 이성열 차일목)까지 합치면 630억 원은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미 지난해 기록한 시장 최고액(523억5000만 원)은 경신했다.
스타급 선수들이 이런 돈잔치를 주도했다. 최정(4년 86억 원)이 FA 역사를 새로 쓴 것을 비롯, 장원준(두산, 84억 원) 윤성환(삼성, 80억 원)까지 총 세 명이 80억 원의 벽을 나란히 돌파했다. 안지만(삼성, 65억 원) 김강민(SK, 56억 원) 박용택(LG, 50억 원)까지 합치면 50억 원 이상의 선수만 6명에 이른다. 수요와 공급의 싸움에서 스타급 선수들은 우위를 점하며 대박 계약을 만들어냈다.

FA 시장의 과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시장의 성장으로도 볼 수 있다”라는 소수 의견도 존재한다. 스타 선수들에게 많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면 일본프로야구 또한 비상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FA 시장을 보면서 일본프로야구도 흠칫 놀라는 분위기다. 그간 ‘머니 싸움’에서 한국을 아래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눈독을 들일 만한 스타급 선수들만 놓고 보면 그런 격차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바롯데의 에이스급 투수였던 나루세 요시히사는 3년간 6억 엔의 조건으로 야쿠르트에 입단했다. 단순하게 계산해 4년으로 환산하면 8억 엔 수준인데 이는 윤성환의 몸값에도 못 미친다. 이 관계자는 “일본 FA의 경우 FA 선언 다음 시즌의 연봉은 대개 전년도 연봉이다. 때문에 나루세의 경우 연봉 인상폭이 오히려 윤성환보다도 적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일시불로 당기는 계약금에 제한이 없어 오히려 선수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엔저 현상으로 ‘돈’에 있어서는 일본이 매력을 잃어갈 수 있다고도 분석하고 있다. 100엔에 1000원 정도를 꾸준하게 유지하던 환율 시장은 일본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 현재는 920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그간 우리 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할 때는 더 큰 무대에 대한 도전도 중요한 원인이었지만 한국보다 훨씬 나은 대우 역시 하나의 동기부여였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와 3년 14억 엔, 오승환은 한신과 2년 9억 엔에 계약을 맺으며 확실한 대우를 받았다.
이에 일본에서는 항상 한국 최고의 선수들은 영입 대상에 올려두고 면밀한 관찰을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무기 중 하나였던 돈다발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FA 시장에서도 몇몇 팀들이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모두 철수했다. 자금력이 약한 팀은 아예 쳐다보지도 못한 분위기”라면서 달라진 양국의 상황을 짚었다. 리그 평균 연봉은 아직 일본이 우리보다는 3배 정도 앞서 있지만 피라미드의 위로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거품이 지나치면 좋을 것이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