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잘하는 선수지만 더 발전한다는 점에서 무섭다. V-리그 남자부 최고의 외국인 선수인 레오(24, 206㎝)가 이제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나는 열외가 아니다. 다른 선수와 함께 해야 한다”라는 의식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좀처럼 칭찬을 하지 않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러나온다.
2012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및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던 레오의 아성은 올 시즌에도 건재하다. 다른 팀들이 레오를 떨어뜨리기 위해 새 외국인 선수에 적잖은 신경을 썼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6일 현재 451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고 56.42%의 공격 성공률도 수준급이다. 지난 시즌 세트당 0.36개였던 서브 또한 0.51개까지 끌어올리며 2위에 올라있다.
공격력은 워낙 좋은 선수다. 이미 검증이 됐다. 타 팀 감독들이 “줄 건 줘야 한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할 정도다. 높은 타점,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모두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공격 이외에도 다른 방면에서 팀에 기여하고 있다. 바로 수비다. 상대 공격을 잡아내기 위해 좀 더 블로킹에 신경을 쓰고, 후위에서는 몸을 날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삼성화재의 끈끈한 수비 라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성적을 보면 이런 헌신이 드러난다. 레오는 올 시즌 세트당 0.57개의 블로킹을 잡아내고 있다. 리그 4위다. 레오의 블로킹은 선수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높이에 비해서는 숫자가 다소 적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남부럽지 않은 수치를 내고 있다. 수비도 돋보인다. 레오는 세트당 1.34개의 디그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16위,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1위다. 공격을 이끄는 외국인 선수가 수비에서도 기여하고 있으니 팀에 미치는 영향은 큰 플러스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다. 항상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동료들을 이끄는 레오는 “기본적으로 팀에서 연습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도 작년보다 리시브, 수비, 블로킹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라면서 비결을 밝히면서 “시즌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동료들의 조력도 힘이 된다. 레오는 “리시브에 대한 압박감은 없다. 꼭 (세터) 유광우까지 완벽한 전달이 아니더라도 잘 띄어놓기만 하면 동료들이 2단에서 잘 처리를 해준다. 내가 편하게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이유”라며 공을 돌렸다.
신치용 감독도 이런 레오의 모습이 흐뭇하다. 이제는 완벽한 팀 플레이어가 돼 삼성화재의 문화 속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입단 초기에는 훈련량이 많다고 투덜거리는 레오에게 “집에 가라”라는 말까지 했지만 때로는 달래며 지금의 레오를 만든 신 감독이다. 신 감독도 “레오의 배구가 많이 늘었다. 블로킹과 리시브에서 많이 늘었다. 레오가 스스로 하겠다고 할 정도로 리시브가 안정됐다”라면서 인정했다. 공격, 수비, 그리고 팀을 생각하는 헌신까지. 레오가 역대 최고의 완전체 외국인 선수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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