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의 인기는 정말 옛말인가 보다. 막장 아닌 착한 가족드라마로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극본 강은경 연출 전창근)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불효 소송’이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리는 이 드라마는 날이 갈수록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특유의 ‘쫄깃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시청률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드라마는 지난달 30일 자체최고시청률인 37.0%를 기록, 40%의 고지까지 넘보게 됐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화려한 악녀가 나오는 것도, 그렇다고 독한 시누이나 시어머니가 나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죽음(?)이 있는 것도 아닌 이 드라마가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 생생한 캐릭터의 힘

‘가족끼리 왜 이래’가 재밌는 가장 큰 이유는 저마다 살아있는 캐릭터다. 이는 개개인의 인간적인 매력과 특징을 대본을 통해 잘 그려내고 있는 작가의 필력과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십분 살리는 배우들의 코미디 연기의 조합에서 이뤄진다. 배은망덕한 아들-딸들에게 불효 소송을 거는 엉뚱한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 칼 같은 완벽주의자 노처녀 차강심(김현주 분), 수다스러운 재벌 2세 문태주(김상경 분)부터 염치는 조금 부족해도 밉지 않은 푼수 며느리 권효진(손담비 분), 자존심 센 상남자 차달봉(박형식 분), 당돌한 시골 아가씨 강서울(남지현 분)까지. ‘가족끼리 왜 이래’ 속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입체적이면서 정겹다. 보통 막장극의 경우, 인물의 한 가지 면모만을 부각해 극단적인 구도를 만드는 반면, ‘가족끼리 왜 이래’ 속 다양한 캐릭터들은 장점-단점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이를 세심하게 그려내는 작가와 배우들의 시너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이처럼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각각의 사건들을 통해 부딪히면서 드라마 속 코미디는 십분 살아나게 되고, 웃음을 주는 코미디는 막장 요소 없이도 이 드라마가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 깨알 같은 미스터리
순간, 순간 재미를 주는 코미디만 반복된다면, 웃음은 줄 수 있어도 몰입을 끌어내기는 부족할 터. ‘가족끼리 왜 이래’는 드라마 속에 적절한 미스터리 요소를 넣어 보는 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아버지 차순봉의 차순봉과 핑크빛 무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미스고(김서라 분)의 과거. 자녀들에게 불효소송을 건 차순봉은 무엇을 요구하든 “3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해 의문을 자아냈고, 지난 6일 방송에서는 고통스러워하며 약을 먹는 장면이 방송돼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것은 아닌지 추측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미스고는 권효진의 어머니 허양금(견미리 분)의 입을 통해 과거 살인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비밀이 밝혀지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처럼 인물들 사이사이에 흐르는 깨알 같은 미스터리는 32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가 여전히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 황금 시간대
‘가족끼리 왜 이래’가 차지하고 있는 유리한 시간대의 이점을 빼놓을 수 없다. ‘가족끼리 왜 이래’가 방송되는 시간은 오후 7시 55분으로 보통 다른 지상파 방송에서는 뉴스가 나올 시간대다. 최근에는 케이블 방송이나 종편 채널 등 경쟁자가 많아지긴 했지만, 보통 그 시간대 뉴스를 보지 않는 시청자 층은 드라마로 몰리게 마련. 때문에 ‘가족끼리 왜 이래’가 편성된 8시 시간대 드라마는 웬만해서는 주말 지상파 시청률 1위를 하는 게 보통이다. 이 시간대 과거 작품들 중에서는 시청률이 다소 떨어질 경우에는 20% 초-중반을 기록했고, ‘내 딸 서영이’나 ‘왕가네 식구들’처럼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들의 경우 40%대를 넘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가족끼리 왜 이래’는 일요일 오후 30%대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앞서 잘 된 드라마들의 기록을 따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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