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에는 '황의 법칙'이라는 이론이 있다. 황창규 현 KT 회장이 삼성전자 사장이었던 2002년 주창한 이론으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는 인텔 설립자였던 고든 무어가 말한 '18개월마다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대체해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황의 법칙'은 야구판 FA 시장에서도 존재한다. FA 시장 큰 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kt가 소극적으로 쇼핑을 하면서 시장 규모가 생각보다 커지지 않았지만, 2014년 FA 시장에도 광풍이 몰아쳤다. 2014년 FA 시장 총액은 8일 현재 611억 1000만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또 경신했다. 게다가 FA 미계약자 4인까지 팀을 찾아간다면 올해 FA 총액은 65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FA 시장 총액은 2012년 이후 매년 증가세다. 2012년 총액 242억 원이었던 총액은 2013년 무려 523억 5000만 원까지 점프해 무려 두 배 이상 뛰었다. 강민호, 장원삼 등 시장을 이끌었던 대형 FA 선수들이 몰려있었던 까닭이다. 작년 FA 시장은 사상 최초로 500억 원을 돌파한 것과 더불어 FA 최고액 선수가 9년 만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강민호는 4년 75억 원에 사인, 심정수가 2005년 삼성으로 옮기며 계약한 4년 60억 원을 뛰어넘었다.

강민호가 심정수를 넘기 위해 걸린 시간은 9년이었지만, 또 다른 선수가 강민호를 넘기까지는 1년이면 충분했다. 올해 최정은 4년 86억 원에 계약하면서 공식적으로 강민호보다 11억 원이나 더 받게됐고, 장원준도 4년 84억 원으로 계약하면서 역대 투수 최고액을 새로 썼다. 만약 장원준이 원 소속팀 롯데에 남았다면 4년 88억 원을 받아 역대 최고액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윤성환까지 4년 80억 원을 받아 무려 3명의 선수가 강민호를 넘었다.
FA 제도가 도입되었던 첫 해 1999년 계약총액은 24억 2500만 원이었다. 15년이 지난 올해는 현재까지 총액 611억 1000만 원으로 무려 25배가 넘게 뛰었다. 이후 2000년 58억 6800만 원, 2001년 63억 2000만 원, 2002년 75억 1000만 원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인 FA 시장은 2003년 202억 700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 해 정수근, 진필중, 마해영, 이상목, 박종호 등 거물급 선수들이 다수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FA 시장은 100억~200억 원 사이에서 형성되다가 3년 전인 2011년을 기점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선수 개인은 어떨까. 1999년 FA 최고계약 선수는 이강철(해태-삼성)과 김동수(LG-삼성)로 3년 총액 8억 원이었다. 최정, 장원준, 윤성환 등과 비교하면 선수 개인 몸값도 1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후 2000년 홍현우(해태-LG)가 4년 22억 원, 김기태(삼성)가 4년 18억 원에 계약을 하면서 판이 커졌고 2004년 심정수가 4년 60억 원에 계약하며 정점을 찍는다.
물론 올해 모든 선수들이 대박을 터트린 건 아니다. FA 시장 빈부격차는 상위권 선수에 대한 쏠림현상으로 심화되고 있다. 올해 김경언은 원 소속팀 한화에 잔류하며 3년 8억 5000만 원을 받기로 했고, 박기혁은 4년 11억 4000만 원에 사인을 했다. 또한 FA 미계약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총액 10억 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이들의 계약액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에도 FA 시장의 '돈 잔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석민, 최형우, 이승엽(이상 삼성), 김현수, 오재원(이상 두산), 정상호, 박정권, 정우람, 채병용, 윤길현(이상 SK), 손승락, 유한준, 이택근(이상 넥센), 이동현(LG), 김태균, 조인성(한화), 이범호(KIA) 등 거물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FA 시장의 과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구단에서는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수준급 선수가 적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 우리야 어쩔 수없이 돈을 주지만, 구단별 연간 적자 200억 원인 현실에서 야구단 수익구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FA 시장 거품이 꺼지는 건 순식간"이라는 모 구단 단장의 말은 단순히 엄살로만 보이지 않는다.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 몸값이 올라가는 건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지만, 자칫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야구계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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