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시간 1위’ 양동근(33, 모비스)이 비로소 제대로 쉴 수 있게 됐다.
울산 모비스는 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원주 동부를 87-78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19승 4패의 모비스는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3연승이 좌절된 동부는 14승 8패로 3위를 유지했다.
모비스 캡틴 양동근은 요즘 경기당 34분 6초를 뛰고 있다. KBL 등록선수 중 전체 1위다. 양동근은 33살 나이가 무색한 강철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후유증에 시달릴 때도 양동근은 오히려 펄펄 날았다. 모비스의 11연승을 이끈 양동근은 ‘11월의 선수’에 선정됐다.

유재학 감독은 “동근이가 오랜 시간을 뛰어줘서 고맙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힘들 것”이라며 제자를 챙겼다. 유 감독이 양동근을 쉬게 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백업가드가 없었다. 김종근(28)과 김주성(23)이 있지만 실수가 잦고 역할이 크지 않았다.
동부전은 달랐다. 유재학 감독은 3쿼터 과감하게 김종근을 투입했다. 그는 처음 던진 3점슛을 놓쳤다. 불발됐지만 스크린을 제대로 이용해 틈을 파고들어 던진 좋은 슛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김종근은 점프슛으로 첫 득점을 올렸다. 이어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좋은 콤비 플레이도 선보였다. 3쿼터 김종근은 7분 36초를 뛰면서 7점, 2어시스트, 3점슛 1개로 활약했다. 실책은 하나밖에 없었다.
4쿼터 다시 코트로 들어온 양동근은 전준범과 라틀리프, 함지훈에게 어시스트를 뿌렸다. 경기종료 5초 전에는 바스켓카운트까지 성공시켰다. 이날 양동근은 32분 24초를 뛰면서 13점, 7어시스트로 효율적인 활약을 했다. 김종근 덕분이었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김종근이 이 정도면 양동근이 30분만 뛰어도 될 것이다. 김종근이 오늘 아침에도 새벽운동을 했다. 어제 저녁에도 야간운동을 했다. 기복이 심한 것은 자신감 문제다. 본인이 극복해야 된다. 오늘 같이만 해주면 동근이가 쉴 수 있을 것”이라고 김종근을 칭찬했다. 양동근 역시 “종근이가 자신감만 붙으면 더 잘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종근은 “팀에 보탬이 돼야하는데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서 마음이 후련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김종근은 기술이 좋지만 자신을 믿지 못했다고 한다. 유재학 감독의 질책이 이어질 때도 기가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김종근은 “배포가 있지 않다. 일관성 있게 해야 되는데 욕을 먹으면 기죽고 그런다. 한 귀로 듣고 흘려야 되는데 그런 것에 많이 흔들린다”고 고백했다.
2009년 전체 3순위로 입단한 김종근은 순위에 비해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면목이 없다. 팬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 마음 같지 않아 속상하고 열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김종근의 마음을 다잡는 것은 맹훈련이었다. 열심히 훈련하다보니 유재학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고,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김종근은 새벽, 오전, 오후, 야간까지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연습했다.
김종근은 “(양)동근이 형이란 완벽한 가드가 팀의 중심에 있으니까 내가 들어갈 때 미스 없이 하고 나오자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만 미스하면 바로 감독님이 빼시니까 주눅이 들었다. 게임에 뛰어야 선수다. 게임에 많이 뛰고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다부지게 대답했다.
김종근의 대활약으로 양동근의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비스는 더 막기 어려운 팀이 될 전망이다.
jasonseo34@osen.co.kr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