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진리는 재확인됐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어느 때보다 화려한 외국인 선수들이 리그로 들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SK 와이번스의 루크 스캇, 두산 베어스가 영입한 호르헤 칸투였다. 둘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합작한 통산 홈런 수는 239개에 달한다. 특히 스캇은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으로 역대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중 빅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린 인물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캇은 팀에 녹아들지 못해 실패한 케이스로 기억되고 있다. 타율이 2할6푼7리에 불과했음에도 선구안이 뛰어나 출루율이 3할9푼2리에 달했고, 33경기만 치르고도 홈런이 6개나 있었을 정도로 장타력도 출중했지만 스캇은 경기에 자주 나올 수 없는 선수였다. 결국 시즌 중에 이만수 감독과도 직접적인 마찰이 있었던 것이 노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을 쌌다.

지난해부터 SK 유니폼을 입었던 조조 레이예스도 불명예스럽게 한국 생활을 끝냈다. 성적이 2승 7패, 평균자책점 6.55로 퇴출 1순위 후보였다. 구단을 떠난 뒤에는 자신의 SNS에 총격을 당한 듯한 SK 로고를 게재해 인격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레이예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승리(12승)보다도 적은 통산 10승의 성적을 남기고 쫓겨났다. 다시 한국 땅을 밟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캇 다음으로 빛나는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고 있던 칸투도 인상 깊지는 못했다. 전반기와 후반기가 극단적으로 달랐다. 전반기 타율 3할1푼5리, 18홈런 60타점으로 해결사 본능을 뽐냈지만 후반기에는 타율이 2할9푼3리로 떨어졌고,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타점도 12타점이 전부였다. 부상까지 잦아 후반기에는 중심타자 몫을 해내지 못했다.
투수 중 메이저리그 경력이 올해 한국에 온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풍부했던 크리스 볼스테드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유네스키 마야로 대체됐다. 메이저리그에서 35승을 올린 장신 투수 볼스테드는 5승 7패, 평균자책점 6.21로 믿음직스런 선발투수가 되어주지 못했다. 칸투와 볼스테드 모두 팀에 융화되는 면은 좋았으나, 기량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일본에서 명성을 떨치고 KIA 타이거즈로 온 데니스 홀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이던 2011년 19승으로 퍼시픽리그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던 홀튼은 일본에서 통산 63승을 기록했으나, 전성기가 지나고 찾아온 한국에서는 5승 8패, 평균자책점 4.80으로 평범했다. 홀튼 역시 시즌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좌완 저스틴 토마스로 바뀌었다.
정작 알짜배기로 불린 것은 이들에 비해 빅리그 경험이 일천했던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라이온즈), 브렛 필(KIA) 등이었다. LG 트윈스가 데려온 코리 리오단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본 적이 없었고 마이너리그 기록도 좋지 않았지만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살아나며 9승 10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준수한 피칭을 보였다. 펠릭스 피에(한화 이글스)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과거가 미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실은 올해 역시 변하지 않았다. 벌써 각 팀은 기존 선수 재계약과 새로운 선수와의 계약 체결 소식을 하나둘씩 발표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어떤 새로운 얼굴들이 성공과 실패를 맛보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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