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주인공' 험버, 기대와 불안 공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08 05: 51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21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한국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역사상 MLB 드래프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의 지명을 받고 입단한 주인공. KIA의 새 외국인 투수로 낙점된 필립 험버(32)의 화려한 이력이다. 그러나 이름값이 전부는 아니다. 위험성이 있다는 시선도 상존하고 있다. KIA는 전자의 위력이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다.
KIA는 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총액 60만 달러에 험버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 입단하는 다른 외국인 투수와 견줘볼 때 경력은 화려한 편이다. MLB 통산 97경기(선발 51경기)에서 16승23패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MLB 출전 경력이 없지만 국내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것은 그의 경력 한켠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퍼펙트게임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2012년 4월 22일의 일이었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이었던 험버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게임을 펼치며 단번에 미 전역의 주목을 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2004년 MLB 신인드래프트에서 뉴욕 메츠에 전체 3번으로 지명된 잠재력이 새삼 떠올려지는 경기였다. 당시 험버의 바로 앞에서 지명된 선수가 디트로이트의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였다.

상황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험버의 경력은 퍼펙트게임을 제외하더라도 분명 만만치 않다. 2011년부터 두산에서 뛰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더스틴 니퍼트는 MLB 통산 119경기에 출전했으나 선발 등판은 23번으로 험버보다 더 적다. 니퍼트의 MLB 통산 성적은 14승16패 평균자책점 5.31이었다. 공교롭게도 험버와 평균자책점이 같다. 모든 외국인 선수를 괴롭히는 ‘적응’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나 이 난관을 잘 풀어낸다면 충분히 기대를 모을 수 있는 선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역시 니퍼트와 비교를 해볼 수 있다. 니퍼트는 한국에 오기 전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주로 불펜에서 뛰었지만 니퍼트는 2010년 텍사스에서 38경기에 나섰다. 반면 험버는 올해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성적은 44경기에서 6승4패 평균자책점 3.65였다. 퍼시픽코스트리그(PCL)가 전통적으로 타고투저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선발 등판은 세 번밖에 없었다. 직전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최근 한국을 찾는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다고는 볼 수 없다.
역사적인 ‘그 경기’ 이후 경력이 급격한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이다. 험버는 2012년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중반 이후 무너지며 불펜으로 강등됐다. 최종 성적은 5승5패 평균자책점 6.44였다. 2013년에는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승리 없이 17경기(선발 7경기)에서 8패, 평균자책점 7.90으로 부진했다. 스스로도 반등의 계기가 절실한 셈이다.
관건은 한국무대 적응과 함께 주무기로 꼽히는 커브와 체인지업이 한국 타자들에게 얼마나 통하느냐에 달려있을지 모른다. 미 통계 전문 사이트 에 의하면 험버의 평균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90마일(144.8㎞) 안팎이다. 한국에서 느린 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레다메스 리즈, 릭 밴덴헐크, 헨리 소사와 같은 강속구 투수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의 위력은 좋다. 여기에 다양한 구종, 노련함, 필요할 때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형 외국인 선수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그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2011년 그는 커브(22.3%), 체인지업(16.9%)의 구사 비율이 슬라이더(13.6%)보다 높았다. 그리고 당시 두 구종, 특히 커브는 MLB에서도 수준급 구종으로 인정을 받았다. 2011년 기준으로 험버의 커브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커브를 던지는 투수는 단 11명이었다. 주로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들이 성공했던 외국인 시장이지만 상대 타자들을 현혹할 수 있는 오프스피드 피칭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차피 한국프로야구에서의 성공 조건은 이름값이 아님이 여러 사례에서 드러나고 있다. 험버도 그간의 경력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몸 상태에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 신인 시절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이렇다 할 큰 부상이 없었던 것도 긍정적이다. 그를 지켜본 여러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장래 메이저리그에서 3선발급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문구가 흔히 눈에 띈다. 험버가 그 잠재력을 발휘하며 KIA의 하위권 탈출을 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KIA 타이거즈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