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FA 생각’ 공포에 휩싸인 한국야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08 13: 00

2014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막바지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간신히 한숨을 돌린 각 구단들은 벌써부터 내년 걱정을 하고 있다. 점점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들의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히 이런 시장의 폭주를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19명의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FA 자격을 신청한 이번 시장에서는 7일 현재 15명의 선수들이 원소속팀에 남거나 새 소속팀을 찾은 상황이다. FA 역대 최고액을 쓴 최정(SK, 4년 86억 원)을 비롯, 15명의 선수들에게 지불된 몸값만 해도 611억1000만 원으로 지난해 기록(523억5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대박’의 기준이었던 4년 총액 50억 원 이상을 받은 선수만 해도 6명(최정 장원준 윤성환 안지만 김강민 박용택)에 이른다.
구단마다 희비가 엇갈렸지만 내년을 향한 우려는 똑같다. “내년에는 더 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팀 전력의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FA시장에 풀려나온다. 최대어 대우를 받을 김현수(두산)를 비롯, 한국프로야구 최고 연봉자인 김태균(한화), 구원왕 출신 마무리 손승락(넥센), 최고 중간계투 요원 중 하나였던 정우람(SK), 포수로서 가치가 높은 정상호(SK) 등이 좋은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는다. 자격일수 충족여부를 살펴봐야겠지만 대략 25명 정도의 선수가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올해보다 규모가 더 크다.

이에 구단들은 걱정을 넘어 공포에 휩싸여있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를 통해 더 높아진 기준선 때문이다. 올해 FA 최대어인 최정의 기준선은 지난해 FA 최고액을 쓴 강민호(롯데, 4년 75억 원)였다. 내년 FA 최대어인 김현수의 기준선도 이런 절차를 밟아갈 전망이다. 김현수는 최정과 같은 나이에 FA 자격을 얻는다. 그간 쌓아온 경력, 팀에서 차지하는 상징성도 뒤떨어질 것이 없다. “최정의 기록이 한 시즌 만에 경신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불펜에서는 삼성과 4년 65억 원에 계약한 안지만이 기준선이 될 전망이다. 손승락 정우람 등이 이 기준선을 기웃거릴 공산이 크다. 손승락은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 중 하나다. 역사적인 타고투저 시즌에 제대로 데인 프로야구에서 가치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정우람은 그간 쌓아온 경력과 팀 공헌도에서 안지만보다 못하지 않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년 성적이 관건이긴 하지만 전성기 기량을 보여줄 경우 안지만 이상의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에서 한 차례씩 가치 평가를 받은 선수들이다. 선수들로서는 당시 받았던 그 가치가 기준선이 될 수 있다. 사실상 4년 60억 원의 계약을 맺은 김태균의 경우는 그 이상의 계약도 예상된다. 기준선을 새롭게 설정할 선수들도 있다. 포수 최대어인 정상호가 대표적이다. 포수 기근에서 정상호가 대형계약을 체결할 경우 향후 포수들의 몸값도 그 기준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야구계에서 눈여겨보고 있다. 이런 시장 선도 선수들의 몸값 향상은 나머지 중견급 선수들의 몸값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구단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몇몇 구단들의 경우에는 구단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장 많은 선수들이 풀릴 SK를 비롯, 두산, 넥센과 같은 팀들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가치를 합리적으로 책정할 경우 선수들의 반발이 뻔하다. 한 번 놓친 선수들은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고 기량이 있는 선수들은 영입할 팀들이 줄을 섰다. 그렇다고 해서 구단끼리의 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된 시장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그 기관차에 올라 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안도 마땅치 않다. 구단 측에서는 대개 육성형 외국인 선수제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자신들의 자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반대의 의견을 뚜렷이 하고 있다. 반대로 선수들은 FA 연차 단축을 통해 시장의 공급 확대를 주장한다. 하지만 구단들은 공급의 확대가 오히려 시장의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당연한 것”, 그리고 “구단 운영에 부담이 돼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염려된다”라는 양자의 생각 차이도 좁혀지지 않는다. 그런 평행선 속에 2015년 겨울에는 또 한 번의 어마어마한 돈잔치가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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