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캠프 취소 릴레이, 선수 주머니 부담 가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08 05: 54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강경한 태도에 구단들이 ‘어쩔 수 없는’ 보조를 맞추고 있다. 비활동기간(12월 1일~1월 15일) 사이에 계획했던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며 향후 추이를 살피고 있다. 비활동기간 본연의 의미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피해를 보는 이들도 있다. 바로 겨울 동안 재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선수들이다.
선수협은 지난 2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14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정기총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하면서 규정된 비활동기간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이 규정은 예년에도 있었지만 다소 느슨해 일부는 악용되곤 했다. 자율훈련을 가장했지만 팀 일정에 따른 훈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수협의 결정은 이런 악용의 소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그간 사정을 봐줬던 재활선수들까지 포함했다는 대목에서 강력한 결의 또한 실감할 수 있다.
쉬는 것도 중요하고 비활동기간의 취지가 지켜져야 함은 분명하다. 모든 선수들을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 선수협이 내린 결정은 그 결정대로 따라야 옳은 이유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리고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겨울 재활캠프를 계획하던 선수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구단이 12월 한 달 동안 마련했던 별도의 재활캠프가 줄줄이 취소된 탓이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강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한화는 당초 3일 오키나와로 출국해 ‘미니 캠프’를 차릴 예정이었다. 재활 선수 및 신인·2군 선수들을 데려가 전력을 담금질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수협이 ‘벌금’까지 거론하며 초강경자세로 나옴에 따라 계획을 접었다. “선수협이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규정을 어겨가면서 무리하게 진행하지는 않겠다”라는 게 구단의 입장이다.
지난해 괌으로 재활캠프를 떠났던 SK는 선수협의 결정이 내려지자 당초 7일경 출국할 예정이었던 재활캠프를 완전히 취소했다. SK는 당초 이번 재활캠프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몇몇 선수들을 제외, 규정상 문제가 없는 군 제대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짰다. 전원 투수로 구성됐다. 하지만 선수협이 강경하게 나옴에 따라 아예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괜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비활동기간이 끝난 뒤 지난해 사이판 재활캠프처럼 운영될 ‘별동대’로 재활선수들의 운동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45일의 시간은 재활선수들에게는 꽤 길 수 있다. 따뜻한 날씨 등 좋은 재활 여건이 하루라도 급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재활선수들은 예외로 뒀으면 했는데 선수협의 생각이 워낙 강경해 결국 계획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괌 재활캠프를 계획 중이었던 KIA, 사이판 재활캠프를 준비했던 kt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KIA는 김기태 감독이 “선수협 결정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코치 및 트레이너들이 모두 철수했다. kt도 사이판 재활캠프를 취소하지는 않는 대신 코칭스태프는 파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말 그대로 자율훈련이 될 전망이다. 다른 팀 선수들도 자율훈련을 계획하는 선수들이 제법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흐름으로 읽히지만 막상 상황을 들여다보면 정작 선수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단들이 발을 뺌에 따라 훈련 비용은 모두 자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간 재활캠프는 항공료, 숙박 비용, 훈련장 임대 비용, 식비 등을 구단이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인원이 소규모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든다. 하지만 이제 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구단도 사정은 딱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의 반복이다.
재활의 경우는 일반적인 훈련을 진행하는 선수보다 더 체계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아는 팀 내 코치들은 규정상 안 되더라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트레이너가 필요하다는 게 재활을 겪어 본 선수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이런 초빙 비용까지 합치면 꽤 많은 금전적 여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자연스레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다. 연차가 낮은 선수들 위주로 피해가 클 전망이다. “아파서 안 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어쨌든 이 또한 선수들이 내린 결정”이라는 한 관계자의 말이 최근의 역설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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