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날개에 의존하던 대한항공이 이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 산체스의 반대편에서 강타를 터뜨리고 있는 주장 신영수(32, 197㎝) 덕이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무장한 신영수가 살아나자 대한항공도 난기류에서 빠져 나오며 순항을 준비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주춤했던 대한항공은 2라운드 이후 살아나며 선두 삼성화재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다. 3라운드 첫 경기였던 7일 삼성화재전에서는 3-1로 이기며 그간 이어왔던 ‘삼성화재 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이날 승점 3점을 획득한 대한항공(승점 25점)은 2위로 올라서며 선두 삼성화재(승점 29점) 추격에 나섰다.
삼성화재를 상대로 약했던 산체스가 제 몫을 한 것도 있지만 역시 반대편에서 맹활약한 신영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장담할 수 없는 승리였다. 이날 신영수는 38점을 올린 산체스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 많은 득점인 19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52.94%로 준수했다. 산체스에 집중되어 있는 삼성화재 블로커들을 유유하게 따돌리며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허리가 좋지 않아 애를 먹었던 신영수였다. 군 복무 이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예열을 마친 뒤 이번 시즌을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던 신영수라 아쉬울 법했다. 하지만 성실하게 준비를 했고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15점 이상의 득점을 기록하며 평균 16.67점을 기록 중이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도 “우리카드와의 경기부터는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면서 신영수의 귀환을 반겼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한 덕이었다. 주장으로서, 팀 내 주축으로서 책임감을 불태운 신영수는 허리 부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김종민 감독이 “훈련을 너무 많이 해서 탈”이라며 적절한 휴식까지 강조했을 정도다. 코트 위에서도 후배들을 이끌며 대한항공의 반격 선봉장에 나서고 있다. 이제 어느덧 고참급 선수가 된 만큼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후배들의 기를 살리는 것도 신영수의 몫이다. 사실 대한항공은 세터 포지션에 고민을 가지고 있다. 강민웅과 황승빈이 번갈아가며 나서고 있지만 모든 공격수들의 입맛을 맞추기는 어렵다. 산체스의 기복이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영수는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감싸 안고 있다. 신영수는 “세터들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안 좋은 토스가 오기도 한다. 내가 처리해주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 득점을 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면서 주장으로서의 진면모도 드러냈다.
컨디션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활약도 꾸준하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산체스의 기량은 검증이 된 만큼 신영수가 상대 블로커들의 시선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 대한항공의 날개 공격은 배가될 수 있다. “경기를 하면서 올라오는 컨디션이 따로 있다. 경기를 하다 보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는 신영수의 자신감이 반가운 이유다. 고교 시절부터 초특급 소리만 들었던 신영수지만 정작 프로에 와서는 아직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남다른 책임감이 대한항공의 경로를 순탄하게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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