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로코 단막극 ‘운동화를 신은 신부’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KBS 드라마스페셜의 2014년 한해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운동화를 신은 신부’에서는 순백의 드레스에 분홍색 운동화를 신고 지하철에 올라 탄 박보경(이청아 분)과 ‘이상한 차림’을 한 보경의 사연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장희순(김진우 분)이 서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지만, 지하철 막차를 떠나보내며 긴 하룻밤을 함께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유난히 재수가 없는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결혼식 날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밤거리를 헤맬 줄은 몰랐던 보경은 도망간 신랑 규철(이이경 분)을 찾아 나섰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박복한 팔자 보경의 불운은 계속됐다. 멀쩡하게 잘 가던 택시는 접촉 사고를 일으켰고 가뜩이나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렸다. 자신을 돕던 희순의 여자 친구가 바람 난 현장에서는 어정쩡하게 눈치를 봐야했고 중요한 순간 배탈까지 나고야 말았다. 희순은 미성년자 패거리와 사건에 휘말려 파출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심각할 정도로 재수가 없는 자신과 함께 했기 때문이라며 ‘내 탓’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보였던 보경. 그런 그에게 희순은 왠지 모를 착잡한 마음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보경은 해피엔딩 따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왜 자신을 떠나야만 했는지 도망간 신랑과 잠시나마 진심을 나누고 싶었던 그는 그 이유가 10억짜리 복권이었다는 사실에 기막혀 할 말을 잃었고, 분한 듯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운동화를 신은 신부’는 사랑하는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현실을 바라보고 인정한다면 하룻밤 몇 번의 눈길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음을 이야기 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사랑의 감정과 진짜 사랑의 조건에 대해 메시지를 전했던 ‘운동화를 신은 신부’는 곳곳에 에피소드를 배치하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에서 도망치지 않고 묵묵하게 성장해 나갔던 박보경의 이야기는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지난 1월 단막극 ‘카레의 맛’으로 포문을 열었던 KBS 드라마스페셜은 ‘운동화를 신은 신부’를 끝으로 2014년 한 해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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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를 신은 신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