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국제시장’ 정윤호 첫 흥행 배우 배출하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08 11: 36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북한의 포격 도발 같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후진국 형 인재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12월 극장가를 견인할 대표 주자는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이 될 것이다. 만듦새가 범작 이상이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휴먼드라마와 배우들의 호연 등 컨텐츠가 짜임새를 갖췄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다보니 지나치게 눈물을 강요한다는 일부 불평도 있지만, 대체로 얄밉도록 잘 만든 상업영화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으나 CJ 내부에서도 보수적으로 800만 이상을 모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지방 배급업자들은 또 한 편의 1000만 영화가 추가될 것 같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
윤제균 감독과 JK필름, CJ 못지않게 ‘국제시장’의 흥행을 노심초사하는 곳이 바로 SM엔터테인먼트다. 그동안 소속 가수들의 연기자 전업 시도에 비해 유독 스크린에선 크게 웃어본 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극장을 가진 대기업의 텐트 폴 영화라 이번만큼은 낙담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안도하면서도 내심 계획이 틀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SM 가수를 통틀어 연기 쪽으로 가장 인상적인 궤적을 보인 이는 여전히 소녀시대 윤아가 꼽힌다. 2008년 통념을 깨고 미니시리즈 대신 안전 시청률이 보장되는 KBS 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하며 어르신들에게 인지도를 쌓았고, 단계를 밟아가는 성실한 이미지까지 구축할 수 있었다. 차기작 ‘신데렐라 맨’ ‘사랑비’ ‘총리와 나’가 비록 빅 히트하진 않았지만 연기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비해 SM 출신들의 스크린 도전은 흑역사로 불려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낮은 포복의 연속이었다. 제2의 윤아를 꿈꿨을 유리는 작년 개봉한 ‘노브레싱’으로 배우에 도전했지만 처참한 성적표를 받으며 쓴맛을 봐야 했다. 흥행도 실패했지만 유리의 연기 역시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 해 더욱 속 쓰렸을 것이다.
소녀시대 막내 서현은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섭외를 받았지만, 당시 스케줄 때문에 출연을 거절해 결과적으로 굴러온 복을 제 발로 찬 격이 됐다. 서현의 출연 불발을 겪은 이용주 감독은 보란 듯 후보로 키핑해둔 수지를 캐스팅해 그녀에게 국민 첫사랑이라는 닉네임을 선물했다. 이를 지켜봐야 했던 서현과 SM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f(x) 설리도 투입량에 비해 산출량이 좋지 않았다. ‘해적’에서 대단주 손예진을 보필하는 해적 일원으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개봉 전 터진 스캔들 때문에 무대인사는 물론 일체의 홍보 활동에서 배제되며 주목받지 못 했다. 지난달 개봉한 ‘패션왕’에서도 주원과 흥행을 책임졌지만 ‘인터스텔라’에 묻히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연희도 영화에선 한번도 웃지 못 했다. 데뷔작 ‘백만장자의 첫사랑’부터 ‘M’ ‘내 사랑’ 특별출연한 ‘마이웨이’까지 흥행 감독들과 작업했지만 결과는 흡족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조인성의 파트너로 내정된 ‘권법’도 제작이 수차례 연기되며 갈 길 바쁜 그녀를 애태웠다. 내년 초 개봉하는 ‘조선명탐정: 놉의 딸’이 그간의 흥행 갈증을 해소해줄지 관심이다.
보아도 이정재 주연 ‘빅 매치’로 스크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의욕이나 흘린 땀에 비해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카트’에서 기존 아이돌과 확연히 다른 재능을 보여준 엑소 도경수와 한중 합작 ‘엽기적인 그녀2’를 촬영 중인 f(x) 빅토리아가 SM의 새로운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지만 ‘카트’ 역시 100만 관객 돌파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SM이 유노윤호가 참여한 ‘국제시장’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유노윤호는 이 영화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한 젊은 시절 가수 남진으로 나와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구사해 이목을 끈다. 목숨이 오가는 위급한 상황에서 황정민 오달수를 돕는 조력자로 꽤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았다. 광주 출신이라 가산점이 있었다는데 리얼한 사투리 뿐 아니라 연기도 과장되지 않고 코믹까지 소화해 웃음을 자아냈다.
과연 SM이 ‘국제시장’으로 모처럼 흥행 배우를 배출하며 밀린 숙제하듯 회심의 헹가래를 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정도로 열심히 타석에 들어섰으면 이제 배트를 짧게 쥐고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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