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가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라면, 골든글러브는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다.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공식 수여하는 포지션 별 상은 골든글러브가 유일하다. 당연히 상의 권위도 최고다. 선수들은 골든글러브 수상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하며 상을 타지 못해도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기뻐한다.
당연히 팬들의 관심은 뜨겁다. 야구가 없는 12월 가장 큰 행사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상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기자와 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자 등이 투표인단인데 일부 팬들은 결과를 놓고 투표 자격까지 이야기한다.

'단 하나의 상'이라는 골든글러브의 특성이 이런 논란을 키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골든글러브는 공격과 수비, 팀 공헌, 인지도 등 다방면을 고려해 투표를 하게 되는데, 사실상 타격성적과 인지도가 수상을 결정짓는 잣대가 된다. 투수와 지명타자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데, 투수는 투구성적을 보고 지명타자는 타격성적만 참조한다. 뛰어난 수비능력을 가졌지만 공격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을 수 없는 게 황금장갑이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는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수비율로 결정했다. 때문에 투수 부문 수상자는 박철순이 아닌 황태환이었다. 수상자를 살펴보면 김용운(포수), 김용달(1루수), 차영화(2루수), 김용희(3루수), 오대석(유격수), 김성관(좌익수), 양승관(중견수), 김준환(우익수)이었다. 대신 1984년까지 '베스트 10'을 선정해 수여했는데 이게 지금의 골든글러브와 성격이 비슷했다. 1982년 수상자는 박철순(투수), 이만수(포수), 김봉연(1루수), 구천서(2루수), 이광은(3루수), 오대석(유격수), 이종도(좌익수), 장태수(중견수), 윤동균(우익수), 백인천(지명타자)이다. 골든글러브와 베스트 10 둘 다 수상한 건 오대석이 유일하다.
그렇지만 베스트 10은 1983년까지만 수상하고 1984년부터는 골든글러브와 통합된다. 이후 골든글러브는 시즌을 대표하는 선수 10명을 선정하는 상으로 자리를 굳힌다.
골든글러브를 타격과 수비 둘로 나누면 어떨까. 미국 메이저리그는 골드글러브(수비)와 실버슬러거(타격) 두 개 부문으로 나눠서 수상한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상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선수 능력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선수 명성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공격과 수비 둘로 나뉘어 수상하기 때문에 수비능력이 뛰어난 선수도 빛을 볼 수 있다.
수비상을 신설한다면 골든글러브 시상에서 논란을 줄일 수도 있고, 수비훈련에 좀 더 땀흘리는 선수들에게 보상도 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선수들이 타격만 잘하면 상도 타고, 연봉도 오르니까 수비는 좀 등한시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선수들 역시 "아무리 결정적인 수비로 팀을 이기게 만들어도 홈런 하나 친 선수가 더 주목받는다"고 말한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의 기본기 저하가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수비가 뛰어난 선수도 대우를 받는다면 야구판 전체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수비상 수상자의 결정이다. 눈으로 바로 확인 가능한 공격지표와는 달리, 수비는 계량화된 지표가 많지 않다. 실책 개수로 수비능력을 판단하는 건 힘들다. 수비범위와 판단력, 송구능력 등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근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결정할 때에 UZR이라는 지표를 참조하지만, 한국 프로야구 실정에서는 계산하는 게 현재로서는 힘들다.
이에 대해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은 "한국 프로야구도 수비상을 도입할 때가 왔다고 본다"면서 "수상자 결정은 쉽지 않겠지만, 기록원들이 호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점수를 주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과거 고교야구에서 좋은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수여했던 '미기상'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해 기록원들은 호수비를 한 선수 옆에 FP(Fine Play)라고 표시하기도 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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