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임의탈퇴, 왜 필요한 걸까.
한화는 지난 8일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와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한화 구단은 피에를 임의탈퇴로 묶을 예정이며 향후 2년 동안 보류권을 유지하게 된다. 즉 한화 구단에서 동의를 하지 않는 한 피에는 앞으로 2년 동안 한국의 다른 구단에서 뛸 수 없다.
야구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10장을 보면 구단은 선수에게 계약 연장 의사를 통지할 권리를 가지며 11월25일까지 서면으로 선수와 지정된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해당년도의 계약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금액의 최소 75%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서면상 제의도 포함해야 한다.

양 측은 다음연도 연봉 총액에 대한 협상에 성실하게 임해야 하지만 구단이 선수에에 재계약을 제안하고도 12월31일까지 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선수는 2년간 타구단에 입단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임의탈퇴로 구단이 재계약 거부 선수에 2년 동안 보류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화는 도미니카공화국까지 운영팀 직원을 파견, 피에와 재계약을 위해 노력했으니 제도를 악용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과거에는 이 외국인선수 임의탈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연봉 조건을 최소로 제시해 선수가 거부하게 만든 뒤 임의탈퇴로 묶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쓰기에는 아쉽고, 남 주기에는 아까운' 선수들이 피해를 봤지만 이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계속 뛸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게 관례가 됐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선수와 에이전트가 악용하는 경우가 생겼다는 게 문제다. 에이전트들이 중간에서 농간을 하는 게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재계약 협상 때 거액을 요구해서 시장에 나온 다음 다른 구단과 더 비싼 액수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구단이 선수와 에이전트에게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때로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의 과한 요구를 한 번 들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의탈퇴 제도는 안전장치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거액을 제시한 팀으로 이적하면 구단은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 된다"고 했다. 선수를 뽑고 키우기 위해 투자한 비용과 시간의 대가를 전혀 보상받지 못하게 된다. 돈 없는 구단만 피해를 보고, 리그 전력 불균형을 야기한다. 구단이 선수와 재계약을 위해 정말로 노력했다면 외국인선수 임의탈퇴는 구단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케이스가 조금 다르지만 임의탈퇴는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선수의 경우에 한해서도 필요하다. SK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구단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일본에 진출한 크리스 세든을 임의탈퇴로 묶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세든은 국내로 돌아올 경우 SK와 우선 협상을 해야 한다. 아직 보류권이 내년까지 유지돼 있기 때문. 만약 임의탈퇴로 묶지 않았다면 SK는 세든이 다른 팀에 가더라도 전혀 손을 쓸 수가 없다.
구단에서 재계약할 마음이 없는데도 임의탈퇴로 묶는 건 난센스다. 하지만 재계약을 위해 성의를 보였는데도 안 된다면 임의탈퇴 제도를 써야 한다. 프로 세계는 철저히 비즈니스로 움직인다. 명시된 규약대로 하는 것을 두고 비난할 것은 아니다. 쿨하게 베풀기만 한다면 자선단체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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