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외국인 선수들이 다시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일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35, 넥센)이 5년 만의 외국인 골든글러브 수상자의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오디토리움에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연다.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자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10개 포지션별 최고 선수들을 선정하기 위한 골든글러브 투표다. 한 시즌 동안 땀을 흘린 선수들에게는 시즌을 마감하면서 받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만하다. 이미 미디어 관계자들의 투표는 마감됐고 개표만 남아있다.
각 포지션별로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포지션 중 하나가 투수다. 최근 2년 동안 비교적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밴헤켄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박했던 ‘표심’을 뚫고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밴헤켄은 릭 밴덴헐크(삼성), 헨리 소사, 손승락, 한현희(이상 넥센), 봉중근(LG)과 함께 후보자에 올라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표심을 사로잡을 상징성도 충분하다. 바로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이후 나온 단일시즌 20승의 대업이다. 밴헤켄은 올해 31경기에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며 다승왕에 올랐고 평균자책점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187이닝은 지난 3년 중 개인 최다 이닝 소화였다. 밴덴헐크가 평균자책점(3.18) 타이틀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밴헤켄의 아성을 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밴헤켄은 2009년 아퀼리노 로페즈(KIA)에 이어 5년 만에 외국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될 수 있다. 역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국인 선수로 황금장갑을 차지한 선수는 1999년 펠릭스 호세(당시 롯데, 외야수 부문)와 댄 로마이어(당시 한화, 지명타자 부문) 이후 10명뿐이다. 두 차례 수상한 선수는 없었고 투수 부문에서는 2007년 리오스, 2009년 로페즈가 전부였다. 쉽지 않은 난이도를 실감하게 한다.
이견의 여지가 없이 최고의 활약을 펼친 국내 선수들이 있었던 해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최근 2년은 전체적으로 외국인에게 박한 표심이 드러났던 것도 수상 실패의 이유였다. 2012년에는 정규시즌 최고의 투수였던 브랜든 나이트(당시 넥센)가 수상에 실패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당시 나이트는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121표를 획득하는 데 그쳐 당시 다승왕이었던 장원삼(삼성, 128표)에 밀렸다.
지난해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외국인 선수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두 선발 투수(크리스 세든, 찰리 쉬렉)이 손승락(넥센) 배영수(삼성)에 밀려 3·4위에 머문 것이다. 구원왕 손승락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폄하하는 게 아닌, 두 선수의 득표가 너무 적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일부에서는 ‘쇄국투표’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졌다. 외국인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었다.
실제 투표 인단의 성향은 “비슷한 성적이면 국내 선수들에게 투표한다”에 가깝다.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는 외국인 선수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결코 비슷한 성적이 아니며 밴헤켄도 이번 시상식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무난하게 골든글러브를 따낼 것”이라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외국인 세 명과 국내 선수 세 명의 득표에도 관심이 모인다. 외국인 세 선수의 득표 합계가 더 많다면, 이 또한 한국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역사에서 의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