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장그래가 배달앱 CEO 김봉진과 만난다면 어떨까.
김봉진은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 출연해 '물음특집'을 진행, 자신의 인생 최초의 물음에 대해 언급하면서 창업을 하게 된 계기와 회사에 대한 소개, 55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성공시킨 비결 등을 공개했다.
이날 김봉진은 "디자이너가 생명력이 길지 않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10년이 지나서도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에 빠졌다. 왠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다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래서 예쁜 수제가구점을 만들었다. 실패해서 빠른 시간 안에 수억 원의 빚을 지게 됐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섯 살짜리 딸이 있었다"라며 "한국에서 한 번 창업을 하고 망하면 복귀하기 힘들 정도다. 그 가난이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을까 두려웠다"라고 털어놨다.
김봉진은 "친구들은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켜주더라.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해졌다"라면서 "그때 아내가 답을 찾아온 것이 '아이에게 투자하지 말고 남편에게 투자할 것'이라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무엇보다 회사의 복지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열린 CEO로서의 경영 철학 등을 공개했다. 그는 회사 직원들과 회의를 거쳐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이뤄 나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사만의 다양한 복지 정책에 대해 밝히면서 이를 악용한 사례까지 직원들에게 털어놓고, 좀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김봉진은 취업 시 학력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줬다. 꾸미지 않고 현실적인 조언이라 눈길을 끌었다.
김봉진은 취업과 관련된 학력 문제에 대한 질문에 "내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다. 나는 서울예전을 나왔는데 연예계에서는 명문이지만 사회생활에서는 그렇게 좋은 학교는 아니다"라면서 "그런데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의 노력과 투자도 인정해줘야 한다. 사회에 나와서 그들과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반대로 역차별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놀러 다닐 때 친구들은 2~3시간 자면서 공부했다.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노력했던 시간보다 두 배로 열심히 하면 된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차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케이블채널 금토드라마 '미생'에서 고졸 낙하산 직원 장그래가 계약직 직원으로서 받는 차별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날 김봉진의 충고는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미생' 열풍으로 직장인들의 삶이나 회사 내 차별, 취업 문제 등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직접 경험하고 또 '성공했다'는 기준에 도달한 삶을 살고 있는 김봉진의 조언과 충고가 강렬하게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의 인생사와 성공담 등에 대해 다뤘지만 김봉진은 많은 시청자들이 느끼고 경험한 현실 속 이야기를 해줘서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seon@osen.co.kr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