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한민국 네티즌을 분노로 들끓게 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부적절한 ‘램프리턴’ 사태를 보노라면 ‘코미디빅리그’의 ‘갑과 을’ 코너가 오버랩된다.
▲ ‘코미디빅리그’가 보여주는 갑의 횡포
‘사장’이라는 지위 때문이었을까.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한 남자. 그는 잘 나가는 업체의 ‘사장’이다. 자신의 차 앞에 다른 차가 세워져있는 것을 두고 경비원을 몰아붙인다. 또 집안 쓰레기를 대신 버리라고 강요하며 “관리사무소에 얘기해서 너 자를까”라고 경비원을 윽박지른다. ‘을’인 경비원은 어쩔 수가 없다. ‘코미디빅리그’의 코너 ‘갑과 을’에 나오는 설정이다.
▲ 코미디 속 ‘사장님’과 닮은 ‘재벌 3세’ 조현아 부사장
코미디 프로그램 속 내용은 현실과 너무나 닮았다.
‘부사장’이라는 지위 때문이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이른바 ‘램프리턴’이 발생했다. 이륙을 위해 떠났던 비행기가 탑승 게이트로 머리를 돌렸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과자를 봉지째 건네받고 “왜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시간 지난 5일 뉴욕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인천행 대한항공 KE086 비행기는 그렇게 20여 분 이상 지연됐다.
보통의 ‘램프리턴’의 경우 항공기 결함 등으로 인한 승객 안전 문제로 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램프리턴’은 조 부사장의 불만 때문에 이뤄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논평을 내어 “마카다미아넛(견과류)과 승객들의 안전을 맞바꾼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고 국토교통부는 관련 법 위반여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게 빠졌다. 20여 분 이상 지연으로 인한 나머지 승객들의 피해다. 조 부사장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은 그 순간 나머지 승객들을 ‘을’로 만들었다.

▲ 을의 역습은 가능?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갑과 을의 반전은 남아있다. 앞서 경비원에게 횡포를 부렸던 ‘갑’은 가맹점을 600개 보유한 치킨브랜드 사장이었다. 이를 알게 된 경비원은 어느 순간 치킨을 소비하는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 상황은 반전을 보이고 ‘을’이었던 경비원은 ‘갑’에게 복수를 펼치며 웃음을 자아낸다. 요컨대 을의 역습이 벌어진 것이다.
갑과 을의 통쾌한 반전은 가능할까. 대한항공 측은 부랴부랴 8일 오후 9시가 지나서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립니다”라고 꼬리를 내렸다.
소비자가 무서웠던 걸까. 그러면서도 대한항공 측은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덧붙이며 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신현규 중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코미디빅리그의 ‘갑과 을’이라는 코너와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코미디 속 갑의 횡포가 현실 속에서 재현됐다.
하지만 현실속 을의 역습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을의 통쾌한 복수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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