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간판 예능프로그램에 위기가 닥쳤다.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에네스 카야가 사생활 논란으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노홍철이 음주 운전 논란으로 하차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두 사람은 남다른 입담으로 캐릭터를 형성,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터라 대체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 이에 ‘무한도전’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위기를 타개하며 시청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쩐의 전쟁2’를 통해 드러났던 노홍철의 빈자리도 10년 내공으로 거뜬히 메우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렇다보니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비정상회담’의 위기 대응 능력에 쏠리고 있다. 기미가요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비정상회담’은 에네스 카야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까. 과연 에네스 없는 ‘비정상회담’은 노홍철 없는 ‘무도’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지난 8일 방송된 ‘비정상회담’ 23회 오프닝부터 에네스의 모습이 철저하게 배제됐다. 다른 멤버와 함께 있는 풀샷에서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뿐, 프로필 소개를 비롯한 단독샷은 완벽하게 통편집 됐다. 난상토론이 오가는 중에도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고, 자막을 통해 존재가 가려지기도 했다.
이후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강인과 슈퍼주니어M 멤버 조미가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G10(샘 오취리, 기욤 패트리, 에네스 카야, 줄리안, 알베르토 몬디, 장위안, 타일러 라쉬, 로빈 데이아나, 타쿠야, 다니엘 린데만)은 치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논란 이전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CCTV는 사생활 침해인가’를 놓고 “남이 내 영상을 갖고 있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하는 줄리안과, 그런 줄리안의 의견에 “떳떳하게 다니면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반박하는 에네스의 모습이 공개됐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격렬하게 벌어진 사형제도 존폐여부에 관한 토론에서도 에네스의 모습은 완벽하게 배제됐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출연자들의 방송분량이 늘어났고, 지금까지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출연자들의 면면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젠틀한 토론 매너로 호감을 얻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과 다른 의견에 무시하는 듯한 표정과 태도로 일관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네스의 공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토론 분위기의 변화다.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은 에네스의 편집에 빈자리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다른 출연자들의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토론이 균형적으로 흘러가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타일러가 객관적인 통계와 사형제도 오판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고, 장위안이 단호하고 일관성 있게 토론에 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에네스가 단시간에 구축한 ‘터키 유생’ ‘곽막희’의 빈자리는 분명히 남아 있는 터. 과연 ‘무한도전’과는 달리 포맷이 한정된 ‘비정상회담’은 그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며, 위기를 풀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정상회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