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오만과 편견’ 폐부를 찌르는 용감한 드라마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12.09 07: 05

짧은 대사로 폐부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미학. 뉴스 사회면에 등장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던 사건사고를 연상케 하며 정의를 잃은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용감한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연출 김진민, 극본 이현주) 12회에는 전방위에서 가해지는 압력과 협박에도 소신 있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동치(최진혁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앞서 송아름(곽지민 분)의 증언으로 고위층 마약 성접대 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이 드러났지만, 결정적인 증인인 송아름이 추락해 중태에 빠지며 구동치와 열무(백진희 분)는 위기에 직면했다. 더욱이 오도정 차장검사(김여진 분)는 이 책임을 구동치에게 물으려고 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문희만(최민수 분)이 이를 막았다. 문희만은 ‘원칙대로’를 주문하는 오도정에게 “원칙대로 증인보호 프로그램 자체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마당에 무슨 원칙이냐. 이런 경우 책임 소재와 범위를 따질 원칙이란 게 있기는 있느냐”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에 오도정은 도의적인 책임을 언급했지만, 문희만은 “대한민국 검찰이 쥐고 있는 증인을 작살내겠다고 덤비는 놈들이 보통 놈들이냐. 간 크고 빽은 더 큰 선수들이 작정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걸 우리가 어떻게 당해내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높으신 양반들의 호위무사 칼받이’로 지칭한 문희만은 “우리 증인 때문에 곤란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정도면 막가자는 거지요. 이제 전쟁입니다”라며 “신에게는 아직도 3명의 검사와 3명의 수사관이 남아있습니다”고 능청스럽게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올해 한국 영화계를 휩쓴 영화 ‘명량’ 속 명대사와 함께 한 종교단체가 검찰 수사에 저항하며 게재했던 현수막 문구를 패러디한 것으로, 시청자들은 방송 후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민생안정팀이 지목한 용의자는 살인교사와 성접대 등의 숱한 혐의에도 영장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이에 이장원(최우식 분)은 “완전 철벽이구만. 그 많은 혐의와 증거를 나열해도 영장도 안 나와. 이러고도 우리가 맨날 욕먹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광미(정혜성 분) 또한 “40대 아저씨가 여중생을 강간해도 둘이 사랑하는 사이였다면서 무죄내리는 게 법원인데요 뭘”이라며 지난달 대법원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 대해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 일침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구동치는 의료타운 로비를 위해 고위 인사들에게 비정규직 직원들을 이용해 성접대를 벌인 주윤창(진선규 분)을 잡는데 성공, 무기징역을 구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주윤창은 “아니 무기징역은 너무 하잖아요. 어린애 강간하고 마누라 때려죽이고도 몇 년밖에 안 살고 나오는 세상인데”라고 주장해 씁쓸함을 자아냈다.
이에 동치는 “그러니까 최고형 구형해야죠. 아무리 파렴치한 죄를 저질러도 변호사가 열심히 깎을 테고 법원에서도 온갖 사정을 감안해가면서 형량 낮출게 뻔한 데 검사라도 구형을 세게 가야죠”라고 이유를 밝혀 씁쓸함을 배가시켰다. 특히 이 같은 대사는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판결이 발생하는 과정을 연상케 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렇게 법과 원칙, 사람과 사랑을 무기로 나쁜 놈들과 맞장 뜨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오만과 편견’은 법조 불신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묘사, 시청자들의 폐부를 깊숙이 찌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만과 편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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