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김수현, 영화 '권법'에 까이고 '권법'을 찬 사연[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09 08: 30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요즘 김수현은 대체불가 배우다. 워낙 유명한 또 한 명의 김수현 작가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앞 뒤로 수식어를 붙이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김수현하면 김 작가보다 김 배우로 통한다. 세월무상이다.
그의 나이 26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창창하다. '드림하이' 송삼동 역(2011년)으로 뜨기 시작해 '해를 품은 달' 이훤(2012)이 톱스타 인증을 받았고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외계인 도민준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인기남으로 떠올랐다. 
올해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 김수현은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과 인기상, TV부문 남자 인기상 등 3개 부분을 수상했다. 드라마는 '별그대'요, 영화는 흥행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후보에 올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김수현의 힘만으로 수백만 10대 팬들을 불러모았다는 소녀괴담을 퍼뜨린 영화다.

영화 신인상까지 휩쓴 그는 "신인이라는 말이 참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싱그러운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참 매력적인 말인 것 같다. 하나뿐인 상을 갖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연기만큼이나 벌써부터 수상소감도 참 예쁘게 말하는 배우다.
'별그대' 후, 김수현은 스크린이건 TV건 캐스팅 0순위로 손꼽히는 별중의 별이다. 그의 출연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보여줬듯이 김수현은 받는 돈 이상의 수익을 제작자에게 확실히 안기는 몇 안되는 청춘 스타 가운데 선두주자다.
 
그런 김수현도 당연히 캐스팅에서 속된 말로 '까이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연예인이나 신인, 무명 시기에 오디션을 떠돌고 캐스팅 찬밥 신세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얘깃거리가 안될 터. 하지만 떡잎부터 남달랐던 김수현에게는 이마저 사연을 갖고 있다. 
200억원대 제작비의 액션 대작 '권법'은 지난 2006년 정태성 당시 쇼박스 영화사업 본부장(현 CJ E&M 사장)이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과 함께 차린 쇼박스 자회사 모션101의 창립 예비작으로 출발했다.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제작비 규모에 박 감독의 지명도까지 더해져 발표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찍는다 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조인성이 이 영화 주연을 위해 수 년 간 스케쥴을 비웠고 중국에서 선뜻 수백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기대가 큰 작품이다.
조인성의 '권법' 캐스팅이 정해지기 전, 물망에 올랐던 배우가 바로 김수현이다. '드림하이' 출연도 전이었다. 일찌감치 그에게 주목했던 사람은 한국 매니지먼트계에서 수많은 스타를 발굴해 키운 '마이다스의 손' A씨. 지금 잘 나가는 기획사 대표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휘하에서 매니지먼트를 배운 후배이자 제자들이다.
5년전, 아직 대중이 김수현의 이름 석자는 커녕 코빼기도 잘 못봤을 때다. '권법'의 캐스팅 디렉터를 잠시 맡았던 A씨는 제작사에 김수현을 강력 추천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연기자 포스가 장난 아닌데다  연기력과 끼를 타고났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아무리 A씨의 호언장담일지언정 결정권자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한국영화 액션 블록버스터의 새 지평을 열 '권법'에 듣도 보도 못한 애송이를 주연으로 쓰자니 말이 되냐면서. 물론 기자도 제작사의 당시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4년. 굳세게 기다리던 조인성이 떠나고 이 배우 저 배우 고심끝에 여진구를 캐스팅했던 '권법'. 여진구와 이런저런 문제로 불협화음을 빚던 와중에 거대 투자자 중국 쪽에서 간절히 바라는 카드, 김수현과 연락이 닿았다. 김수현 소속사 키이스트도 "검토할만 하다"고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 
그러나 여진구와 제작사의 논쟁이 가열되면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김수현은 "NO"를 선언했고 '권법'의 표류가 시작됐다. 세상만사 요지경이다. '권법'에 까였던 김수현이 불과 수 년 후에 '권법'을 제대로 차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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