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할래' 서하준, 왜 생매장 당해야 했나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2.09 09: 03

"'막장'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가운데 온 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겠다."
믿기 힘들겠지만, 오는 12일 종영하는 SBS 일일드라마 '사랑만 할래'(극본 최윤정ㆍ연출 안길호)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만 할래' 제작진은 지난 5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초반에는 당초 기획의도 대로 서하준 임세미 남보라 이규한 김예원 윤종훈 등 젊은 배우들을 앞세워 여섯 남녀의 각양각색 로맨스를 담아내는 듯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관전 포인트는 최원장(길용우)의 악행에 맞춰졌다. 여섯 남녀의 로맨스는 부차적인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최원장은 주인공 태양(서하준)의 친모 이영란(이응경)의 남편. 그는 아내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내를 폭행하고 감금한다. 태양을 감옥에 보내는가 하면, 태양을 사랑하는 친딸 유리(임세미)를 구타하고 협박한다.

지난 1일 방송된 114회는 절정이었다. 최원장은 태양을 납치해 생매장 시켰다. 흙덩이에 파묻혀 얼굴만 내놓은 태양의 모습이 클로즈업될 때 시청자들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감금과 납치에 이어 살인미수까지. 극 초반 인자하던 최원장은 어느새 지난 10월 종영한 MBC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에 버금가는 악인이 됐다.
이유가 없지는 않다.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영란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하기에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그의 행동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흘러왔다. 정신이상자로 보일 지경이다. "그만 좀 하시라고요"라는 동준을 향한 태양의 외침은 시청자의 마음이기도 하다. 황당한 전개에 대한 항의글을 시청자 게시판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드라마의 소재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KBS 2TV 드라마 '비밀'(2013)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촘촘한 전개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웰메이드 드라마란 극찬 받았다. 때론 황당무계한 상상력이 발휘되기도 한다. 상반기 히트작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과 톱스타의 사랑 이야기였다.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를 취하되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개연성이 필요하다. 시청자 반응이 줄거리에 영향을 주는 국내 드라마의 특성상 당초 계획의도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그때도 등장인물의 언행에 이유는 만들어 줘야 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그때부터 '막장'이다. '사랑만 할래'가 '납치만 할래'란 오명을 뒤집어 쓴 이유기도 하다.
물론 일일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의 고충도 있다. 미니시리즈에 비해 적은 제작비와 120부작이라는 긴 호흡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것이 완성도 낮은 작품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최근 일일극의 시청률은 '막장'이 보장한다는 공식이 자리잡으면서 착한 드라마가 설 곳은 더욱 줄어들었다. 때문에 일일극은 주인공과 소재만 다른, '막장'이란 하나의 장르만 쫓게 됐다.
길 잃은 작품은 이를 만드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출연진 관계자는 "주어진 상황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은 어쩔 수가 없다"며 "대본 리딩 중 배우가 전개에 대한 불만으로 뛰쳐나가는 일이 있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던 '사랑만 할래'는 시청률은 얻었을지언정, 품격을 잃어버렸다. 이 작품에 편성을 내준 방송사와 제작진이 또 한 번 "착한 드라마를 준비했다"고 한다고 할 때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가 됐다.
jay@osen.co.kr
'사랑만 할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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