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두산은 한국 프로야구 '비공식' 형제구단이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서로 오간데다가 활약도 나쁘지 않아서 구단끼리 감정도 좋은 편에 속한다. 홍성흔은 이미 한 번 왔다갔고 현재 롯데에 있는 선수 중 최준석·김성배·김승회는 두산 출신이며 두산 선수 중에서는 김수완·이원석·김명성이 롯데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용덕한도 두산 출신 롯데선수로 활약하다가 이번에 kt로 옮겼다.
그리고 올해 롯데와 두산은 또 한 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맞바꿨다. 트레이드는 아니지만 FA 영입 후 보상선수 형식이다. 두산이 장원준을 4년 84억 원에 영입했고, 롯데는 9일 보상선수로 정재훈을 지명했다. 휘문고-성균관대 출신인 정재훈은 2003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 12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며 통산 499경기 34승 39패 137세이브 61홀드 646⅔이닝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 중이다. 작년은 마무리투수로 4승 1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로 활약했고, 올해는 중간계투로 전향해 1승 5패 2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5.37을 마크했다.
보상선수 지명에서 마운드 보강에 초점을 맞췄던 롯데는 당초 목표였던 젊은 선수를 영입하지는 못했지만 정재훈 영입으로 강한 필승조를 갖추게 됐다. 특히 롯데 필승조 가운데 3명이 두산 출신, 말 그대로 허리에 곰띠를 두른 거인이다.

먼저 롯데 유니폼을 입은 '곰'은 김성배. 2012년 2차 드래프트로 롯데로 이적, 3년 연속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마무리투수로 발탁, 31세이브를 올리면서 주가를 제대로 올렸다. 2차 드래프트 성공사례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선수다. 2013년에는 김승회가 홍성흔 보상선수로 롯데에 왔는데, 첫 해에는 마당쇠 역할을 하다가 올해 구멍난 롯데 뒷문에 정착, 20세이브를 따냈다. 롯데는 작년과 올해 두산 출신 선수들로 뒷문을 걸어잠갔다.
이제 정재훈에게 관심이 쏠린다. 정재훈은 불펜에서 전천후 활약이 가능한 검증된 자원. 결정구 포크볼이 살아있기 때문에 마무리투수도 가능하고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필승조 활약도 기대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롯데 7,8,9회는 김성배-정재훈-김승회가 막을 수도 있다.
리빌딩을 선언한 롯데가 정재훈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두산이 젊은 투수 위주로 묶었기 때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상전력 구축이다. 리빌딩도 일단 전력을 갖춰놓고 하는 게 훨씬 쉽다. 이종운 감독은 "선발 자리가 비었는데 우리 중간투수들을 선발로 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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