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이승엽(38, 삼성 라이온즈)이 개인 통산 9번째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최다 수상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일까. 이승엽은 유독 긴장된 모습으로 상을 수상했고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애착으로 새 역사를 썼다.
이승엽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301표(득표율 93.8%)를 얻으며 통산 9번째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었다. 예상대로 압승이었다. 이로써 이승엽은 한대화, 양준혁을 제치고 통산 최다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엽은 올 시즌 지난해 부진을 털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3시즌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으로 주춤하며 하락세를 타는 듯 했으나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바꿨다. 그리고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재기에 성공했다. 최고령 30홈런 기록을 세우는 등 후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전까지 8번의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그이기에 시상식은 분명 익숙할 터. 그러나 이승엽은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긴장이 조금 풀린다. 오래 전부터 받았던 상이지만 이번엔 특히 떨렸다”고 말했다. 딱히 신기록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떨렸다. 1년을 마무리 하는 행사인데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상을 받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미안한 가족들이었다. 이승엽은 수상소감에서 “두 아들에게 미안한 아빠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가장이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 시즌의 맹활약은 이승엽의 야구에 대한 애착 덕분이었다. 그는 “올 시즌은 야구에 더 애착이 간 한해였다. 이제 길게 야구를 할 수도 없고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매 타석에서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 이승엽은 남모를 선행을 통해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있었다. 그는 “‘청나래’라는 모임을 만들어 소외 계층에 기부를 하고 있다. 홈런, 타점 등을 기록하면 기부하는 형식이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이 부분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9회 수상이라는 신기록에 대해선 “기록이란 건 나쁜 게 아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지금까지 골든글러브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가 돼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제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모범이 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겸손한 모습을 유지했다.
앞으로 이승엽이 받는 골든글러브는 모두 새로운 역사가 된다. 하지만 크게 욕심을 내진 않았다. 상보다는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한 대가라는 생각이 컸다. 이승엽은 “골든글러브 욕심은 없다. 하지만 이 상을 받는 다는 것은 좋은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인 것이기 때문에 받음녀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이 자리에 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각종 신기록을 세울 만큼 한국야구의 전설이 되고 있는 이승엽. 그럼에도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야구스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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