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종영 '비밀의문', 키워드는 '부정(父情)'이었다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4.12.10 07: 00

'비밀의 문'의 키워드는 결국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9일 24부로 종영을 맞은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은 양반제 위주의 사회를 폐지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도세자 이선(이제훈)과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영조(한석규)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애초 비극으로 예정된 결말로 인해 이들의 갈등이 싱겁지 않겠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문'은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사도세자와 영조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비밀의 문'은 우유부단하고 연약한 성품으로 노론과 아버지에 의해 희생당한 왕자로만 알고 있었던 이선을 혁명가로 그려냈다. 이선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민이라는 이유로, 또는 역적이라는 이유로 과거 시험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백성의 모습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고, 그들을 위해 자신이 제도를,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생각은 조선 후기 양반제 사회에서는 너무 앞서 간 것이었다. 노론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나라를 망치려드는 역적으로 몰리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선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캐릭터로 그려졌고, 이는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도세자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영조 역시 폭군이 아닌 사실은 아들 이선을 누구보다 사랑한 왕으로 그려졌다. 그동안 역사책이나 미디어에서 그려온 영조의 모습은 아들을 죽인 비정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밀의 문'에서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영조의 모습을 보여줬다.
9일 방송에서 영조의 이런 모습이 극대화됐다. 역적으로 몰아 이선을 죽이려고 하는 노론 앞에 영조는 끝까지 아들의 죽음을 막고자 하지만, 결국 손자만이라도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이선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는 너무 아픈 마음에 이선에게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며 "아버지가 먼저 죽는 게 순리"라고 한다. 또 영조는 "차라리 네가 사가에서 태어났더라면 이런 비극을 없었을 것이다"고 아들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조는 이선이 자신에게 기쁨을 주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처음 네가 걷던 날, 처음 네가 쓴 글자들을 기억한다"고 자신에게 이선이 얼마나 귀한 아들인지를 밝혔다.
이선 역시 결국 자신의 아들 이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는 모습을 보였다. 나철주(김민종) 무리와 거사를 치르기로 했지만, 자신으로 인해 아들 마저 역적의 자식으로 몰릴 것을 걱정해 결국 자신 혼자 희생을 치르기로 결정한다.
이날 드라마 말미에 뒤주에 갇히는 세자와 그를 지켜봐야 했던 영조의 모습,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법도 때문에 제대로 울지 못하는 이산의 모습이 그려졌고, 한 나라의 군주로 태어났기에 비극을 맞이 할 수 밖에 없었던 삼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움 감추지 못했다.
그 동안 폭군의 모습으로 그려졌던 영조, 나약한 왕세자였던 이선의 모습은 '비밀의 문'을 통해 많은 부분 오해가 풀렸다. 그리고 결국 이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부정(父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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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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