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인 정재훈(34)마저 빼앗긴 두산 베어스의 불펜이 더욱 힘겨운 상황을 맞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9일 두산으로 이적한 FA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정재훈을 선택했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유망주를 최대한 많이 넣으려던 두산은 정재훈을 보호선수에 포함시키지 못했고, 롯데는 즉시전력감인 정재훈을 뽑아 불펜을 강화했다.
롯데 불펜이 깊이를 더한 만큼 두산 불펜에는 타격이 있었다. 마운드의 특급 유망주들과 뛰어난 기량을 갖춘 야수들을 모두 지켰으나 정재훈을 빼앗긴 것은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정재훈은 잠시 선발투수로 활동하던 때도 있었지만 프로 경력의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내며 34승 39패 137세이브 61홀드, 평균자책점 3.09로 활약해온 정상급 불펜 투수였다.

올해 성적 역시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평균자책점은 5.37로 높았지만, WHIP은 1.29로 크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4점 이상의 대량실점을 했던 3경기만 제외하면 정재훈은 두산 불펜에서 안정적인 편에 속했다. 홀드도 15개로 윤명준(16개)에 이어 이현승과 팀 내 공동 2위였다.
이런 정재훈이 떠나게 되면서 두산 불펜에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이미 이용찬의 상무 입대가 확정된 상황에 가장 믿음직했던 베테랑 정재훈까지 이탈해 불펜 구성이 힘들어졌다. 선발진은 장원준의 합류로 더욱 탄탄해졌지만, 롯데의 보상선수 지명으로 인해 불펜은 반대가 됐다.
우선 마무리와 필승조 셋업맨 1명씩을 잃었다. 불펜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던 이용찬과 관록 있는 피칭을 보이던 정재훈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잦은 등판을 했던 윤명준과 오현택은 새로운 시즌에도 불펜의 중심에서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마무리를 맡고 8외에 나올 셋업맨이 누가 될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올해 두드러진 활약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홍상삼이 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평균자책점 1.93, 2.50으로 불펜을 지켜주던 홍상삼이 경찰청에서 2년을 보내게 되며 두산 불펜에는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투수가 또 줄었다. 김강률은 40이닝 이상을 던져본 시즌이 아직 없다.
위안이 있다면 좌완 자원이 풍부해졌다는 점이다. 5선발 자리를 놓고 노경은, 이재우, 이현승, 진야곱, 조승수 등이 경쟁하고 있는데, 이현승은 불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선발 경쟁에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올해와 마찬가지로 불펜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진야곱 외에도 이현호가 마무리 훈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다음 시즌에는 장민익과 함덕주도 시즌 개막부터 1군 엔트리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젊은 투수들이 늘어난 두산 불펜이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풀타임 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투수들이 많다는 점은 변수다. 정재훈은 항상 불펜의 변수를 줄여주던 선수였다. 불펜의 기둥 하나를 더 잃은 두산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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