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랑 양의지(27, 두산 베어스)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 중요한 행사를 동시에 챙겼다.
양의지는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있었던 2014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투표인단 321명 중 118명의 표를 받은 양의지는 36.8%의 득표율로 이지영(삼성), 김태군(NC)을 제쳤다. 세 명의 후보가 모두 100표 이상을 받고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포수 부문은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다.
셋 중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양의지는 황금장갑이 자신의 품으로 들어올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양의지는 골든글러브 후보가 발표되기 전만 하더라도 이재원(SK)이 포수 부문 수상 자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후보에 올랐다면 이재원의 수상이 확실시 되는 상황.

하지만 포수로 출전한 경기 수가 모자라 이재원은 후보에서 제외됐고, 양의지는 셋 중 가장 뛰어난 타격 성적(타율 .294, 10홈런 46타점)을 바탕으로 최고 포수 반열에 올랐다. 골든글러브 경력이 있는 현역 포수들 가운데 우리나이로 20대인 것은 양의지가 유일하다. 앞으로 양의지의 전성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양의지는 정작 자신의 첫 골든글러브를 직접 챙기지 못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골든글러브 투표가 시작되기 전 양의지는 이재원이 후보에서 빠졌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결혼식(6일)과 신혼여행 일정이 모두 세워놓은 뒤였다. 골든글러브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일정을 조정해보려는 노력도 했지만 여행 성수기인 관계로 예약해둔 항공편, 숙박 등을 취소하게 되면 스케줄을 새로 잡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양의지는 차마 신혼여행 일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골든글러브가 소중했지만 생애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을 미루기도 힘든 일이었다. 또한 투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골든글러브를 100% 수상한다는 확신도 없었다. 양의지 본인 역시 “좀 더 잘 해서 받는다면 좋겠지만 이런 성적으로는 부끄럽다”고 말한 바 있다.
대신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것에 대비해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냈다. 행사에 참석하기 힘든 사정을 감안해 구단과 협의 끝에 영상으로 인사를 하자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두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큰 상을 받게 되면 감사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영상을 준비하게 됐다. 만들어놓고 상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싶어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되며 한 포지션씩 수상자가 발표됐고, 양의지는 포수 부문 수상자로 결정돼 김진수 배터리코치가 대신 황금장갑을 챙겼다. 그리고 양의지는 미리 촬영해둔 영상으로 처음 받아보는 큰 상에 대한 감사를 표할 수 있었다. 구단으로서도 4년 만에 맞이하는 경사였다.
그렇다면 수상 소식을 접한 양의지의 반응은 어땠을까. 두산 관계자는 “양의지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골든글러브 수상을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더니 ‘민망하다’고 짧게 말하더라”고 전했다. 하와이 현지 시간으로는 이른 아침이었다. 민망하다고는 했지만 하루의 시작부터 들려온, 어쩌면 가장 기다렸을지도 모를 기쁜 소식이었다.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양의지의 선택이 만든 겹경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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