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있다면 KBL에 울산 모비스가 있다.
올 시즌 모비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모비스는 19승 4패, 승률 82.6%의 호성적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서울 SK(17승 6패, 승률 73.9%)와 두 경기 차가 난다.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는 KBL 사상 최초로 챔프전 3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전신 기아를 포함, 모비스는 챔프전 5회 우승으로 KCC(현대 포함)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은 5회로 이미 가장 많다. 올 시즌 모비스가 다시 한 번 통합 챔피언에 오르면 KBL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모비스는 ‘만수’ 유재학 감독, 국가대표 주장 양동근(33)을 비롯해 문태영, 함지훈까지 특급 국내선수, 송창용 등 최고의 벤치, 최고외인 리카르도 라틀리프까지 모두 갖춘 팀이다. 하지만 단순히 우승만 많이 했다고 누구나 명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한국프로농구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모기업의 사정으로 팀명과 연고지가 바뀌는 일이 흔하다. 이렇다보니 팀의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 쉽지 않다. 10개 구단 중 창단 후 연고지와 모기업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구단은 창원 LG가 유일하다. 동부와 KGC는 줄곧 연고지를 원주, 안양으로 삼고 있지만 모기업과 팀명은 여러 번 바뀌었다. SK와 오리온스는 각각 청주와 대구를 떠나 서울 및 고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변화를 겪을 때마다 과거 팀의 업적이 전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레전드 선수들은 과거 기업의 유산 정도로 여겨졌다. 우승에 기여한 선수도 팀을 옮기면 ‘영구결번’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비스는 1997년 프로원년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로 출범했다. 이후 모기업이 바뀌었고, 연고지도 울산으로 옮겼다. 팀명도 오토몬스였다가 피버스로 다시 바뀌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지키려는 모비스의 노력은 경기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울산동천체육관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천장의 우승배너다. 모비스는 1997년 원년리그 기아의 통합우승을 배너에 새겨 기념하고 있다. 동일한 디자인의 우승배너가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이 마치 시카고 불스나 보스턴 셀틱스를 연상시킨다. 이는 타 팀 선수들에게 상당한 부러움을 사는 동시에 홈팬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준다. 모비스는 기아시절 우승에 기여한 김유택의 14번을 영구결번으로 걸었다. 기아시절 유니폼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점이 인상적이다.
동천체육관에는 마치 NBA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쇼룸이 있다. 여기에 정규리그 및 챔프전 우승트로피와 배너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또 옆에는 모비스의 역대 유니폼이 전시돼 있다. 구단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인 셈이다. 울산 팬들은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쇼룸은 팬들에게 좋은 사진촬영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모비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장 편의시설을 대폭 늘렸다. 동천체육관에는 여성전용 파우더룸이 있다. 여성들이 경기를 기다리면서 음악도 듣고, 화장도 고칠 수 있는 시설이다. 특히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거나 젖을 물릴 수 있는 수유방도 따로 보유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미니 농구코트에서 저마다 실력을 자랑했다. 또 성인들은 새로 단장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농구장이 단순히 경기만 보는 장소가 아니라 팬들에게 큰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전통과 뛰어난 경기력, 편의시설까지 모두 갖춘 모비스 홈경기는 팬들에게 만족도가 높았다. 울산이 항상 농구열기로 가득한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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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