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부제 의궤살인사건·극본 윤선주·연출 김형식)은 톱배우 한석규와 이제훈의 이름값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지난 9일 방송된 ‘비밀의 문’ 최종회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이선(이제훈 분)이 정치 싸움의 희생양이 돼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지만, 그의 아들 정조(이제훈 분)가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는 이야기로 결말을 맺었다. 비극적인 결말 속에 피어난 한 줄기 희망이었다.
이 드라마는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와 백성들을 위한 공평한 세상을 꿈꾸는 세자 이선의 갈등이야기에 궁중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석규와 이제훈의 만남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배우가 워낙 연기력이 출중한데다, 한석규는 전작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사극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기에 이번 작품도 만만치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리라 예상됐다. 여기에 영화 ’파바로티‘를 통해 호흡을 맞춘바 있는 이제훈이 전역 후 처음으로 선택한 브라운관 복귀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배가시켰다.
그러나 뚜껑을 연 ‘비밀의 문’은 지나치게 복잡다단하고 지지부진했다. 한 회만 놓쳐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했던 스토리는 ‘맹의’를 두고 도돌이표 전개를 반복하다 시청들의 외면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최저 시청률을 수차례 경신하며 흥행에선 완전히 참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문’의 벅찬 호흡을 이끌어 온 것은 배우들의 역량이었다. 한석규는 영조를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극 초반 그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나친 자격지심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영조를 매력적으로 연기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리고 극의 중후반부터는 애틋한 부성애와 함께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 섬세한 감정선을 잃지 않으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제훈은 2년여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영민한 연기를 펼쳤다. 이선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하며 쏟아지는 고뇌와 감정의 충돌을 이제훈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그 결과 이제훈은 첫 사극연기에도, 내로라하는 선배들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뿜어내며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한편 ‘비밀의 문’ 후속으로는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세상을 건너가면서 인생과 작별하는 남자,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생애 마지막 6개월 기록을 그린 드라마 ‘펀치’가 방송된다.
'비밀의 문'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