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들의 드래프트 무관심,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12.10 12: 00

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한 구단들의 무관심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 9일을 끝으로 K리그 드래프트가 사라졌다. 2006년 부활한 뒤 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드래프트 현장에는 싸늘한 바람만 불었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12개의 클래식 구단들과 9개의 챌린지(상주 상무, 안산 경찰청 제외)의 무관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K리그 드래프트에는 526명이 지원했다. 그 중 우선 지명과 신생팀 서울 이랜드의 우선 지명을 받은 36명을 제외하면 총 48명의 이름만 호명됐다. 많은 선수들이 기대를 갖고 드래프트에 참여했지만 9%만 뽑힌 것이다. 우선 지명 선수를 모두 포함해도 16%에 불과하다. 역대 최저 수치다.

자세히 살펴보면 1순위에 선수를 지명한 구단은 21개 구단 중 광주 FC가 유일했다. 2순위에서도 대구 FC와 서울 이랜드만 선수 이름을 호명했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선수를 뽑지 않겠다며 "패스"를 외쳤다.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 시티즌, 경남 FC는 단 1명의 선수도 뽑지 않았다. 1명만 뽑은 구단도 6구단이나 됐다.
선수들을 바라보는 구단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다수의 구단 관계자는 "뽑을 선수가 없다. 이미 필요한 선수는 자유선발과 우선지명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현재까지 각 구단들이 자유선발로 계약한 선수의 숫자는 29명이다. 드래프트에서 1명의 선수도 뽑지 않은 포항의 경우 우선지명으로 12명(10명 대학진학 예정)을 뽑았다. 또한 예전에 우선지명된 뒤 대학에 진학했다가 각 구단에 돌아오는 선수들도 14명이나 된다.
서울 이랜드가 우선 지명으로 11명의 선수를 선발한 것도 높은 순위에 선수들의 이름이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올해는 만족할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좋은 선수는 구단의 유스에 소속돼 있어 우선 지명이 됐고,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좋은 선수들은 서울 이랜드에서 데려갔다"고 말했다.
구단들의 긴축 재정도 무관심에 한 몫했다. 다른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많지 않은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신인 선수들의 연봉이 팀 전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기업과 각 시·도에서 재정적인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적은 선수에 투자할 여유가 예전에 비해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총 48명의 드래프트 선발 선수 중 가장 연봉을 적게 받는 번외지명 선수가 26명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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