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태가 그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진심'이었다.
지난 7일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나가있던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 비행기가 '램프리턴'을 요청하고, 탑승 게이트로 다시 돌아왔다. 모든 승객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고 있던 비행기가 회항한 이유는 '마카다미아 봉지'였다.
이 비행기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봉지 째 서비스에 화가 나 규정을 어겼다며 내리라고 지시한 것. '램프리턴'은 항공기 결함으로 인해 승객 안전 문제 발생 가능성과 같이 긴급한 사항이 있을 때만 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이 한 언론매체 보도에 의해 세간에 알려졌고,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외신들까지 "견과류 봉지 하나때문에 로얄 패밀리가 활주로에 있던 비행기를 돌아오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맹렬하게 비난을 쏟아부었다.
정치권과 국토부도 문제를 지적했다. 항공법 위반 소지까지 거론됐다. 조현아 부사장은 항공법 50조 1항 위반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인데, 항공법 50조 1항에 따르면 “항공기의 비행 안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기장)은 그 항공기의 승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장 지시 없이 사무장을 내리고 출발하게 한 부분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
이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한항공 측은 사과문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나섰다. 하지만 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의 상황만 초래했다. 승객 불편 야기와 불안감을 조성하게 만든 조현아 부사장의 지시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
대한항공은 9일 공식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는데, 이 글에서 "대한항공은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유로 항공기 탑승 때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다며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와 지적은 당연한 일" 이라고 덧붙여 조현아 부사장을 감싸는 발언과 항공기 안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였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 등 지식인을까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비판 여론에 가세해 대한항공의 '제식구 감싸기식' 사과문의 잘못을 꼬집었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 참석을 위해 모나코로 떠났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돌아오자마자 조현아 부사장의 퇴진이 결정되며 사태가 마무리가 돼 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국민을 우롱하는 듯한 퇴진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눈 가리고 아웅'식의 처사가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그가 총괄하고 있는 대한항공 객식 서비스와 기내식 등 실무에서는 물어나지만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직을 유지해 언제들지 보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또,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직에서는 내려오지 않았다.
7일부터 무려 4일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은 처음부터 진심이 부족해 국민들로 하여금 또 다시 '갑의 횡포'에 대한 씁쓸한 분노를 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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