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힐러‘ 지창욱, 2회 만에 ’기황후‘를 잊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2.10 10: 42

2회 만에 ‘기황후’를 잊었다. ‘기황후’를 통해 ‘웃어라 동해야’를 잊었듯, ‘힐러’ 지창욱은 다시 한 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작을 잊게 만드는 매력을 선보였다. 매번 새로운 배역에 적응해가는 그는 과연 ‘믿고 보는 배우’였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손지나 연출 이정섭)에서는 김문호(유지태 분)의 의뢰를 받고 채영신(박민영 분)의 주변을 맴돌며 그에 대해 조사하는 서정후(지창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서정후는 채영신이 김문호가 찾고자 하는 여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채영신은 금새 그가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신변을 조사하기 위해 가방을 낚아 챈 서정후를 쫓아왔다.

언제나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던 힐러 서정후는 그만한 일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채영신을 제압해 손톱을 잘라 가져갔다. 짧은 순간이지만 현란한 몸동작이 돋보였다. 채영신이 자신을 가두기 위해 걸어 놓은 빗장을 부수고, 그를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와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게 주먹으로 거울을 깨는 박력 있는 모습부터, “앞으로 겁도 없이 아무나 따라가지 마요. 그러다 진짜 죽어요.”라고 낮게 속삭이는 모습은 서정후가 가진 섹시한 매력을 드러냈다.
서정후의 매력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바보 연기였다. 서정후는 채영신의 가정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채영신 양아버지 채치수(박상면 분)의 카페를 방문했다. 가발과 특수 안경을 착용한 채 어리바리한 표정을 지으며 샌드위치 메뉴를 고르는 서정후는 바보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선보인 날렵함을 찾을 수 없는 반전 매력이었다.
지창욱이 맡은 서정후는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멋짐’과 ‘오글거림’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캐릭터다. 온갖 첨단 장비를 사용하며 해커와 공조하는 심부름꾼이라는, 흡사 ‘미드’에 나올 법한 캐릭터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어체 느낌이 강한 대사 역시 현실감 없는 캐릭터와 맞물려 어색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창욱은 서정후의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쿨’하게 그려내고 있다. 망가질 때는 확실하게 망가지고, 멋져야 할 때는 보란 듯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색함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배우의 탁월한 해석력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한편 '힐러'는 정치나 사회 정의 같은 건 그저 재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살던 청춘들이 부모세대가 남겨놓은 세상과 맞짱 뜨는 통쾌하고 발칙한 액션 로맨스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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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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