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1년이 다 됐다. 지난해 12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은 다시 완벽하게 부활했다. 시청률은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멤버들 한 명 한 명에게는 ‘얍쓰’, ‘근심 돼지’ 등 친근한 별명이 붙었다. 이 같은 성공의 뒤에는 메인PD로 나선 젊은 피 유호진PD와 더불어 남다른 예능감을 가진 멤버들의 조화로움이 한 몫을 했다.
10일 오후 3시 KBS 신관 웨딩홀에서 열린 '1박2일'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은 친밀한 관계인만큼 서로에 대한 폭로 전을 펼쳐 웃음을 줬다. 마치 방송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이날 멤버들은 서로의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은근슬쩍 ‘디스’를 시작했다. 첫 타자는 원년 멤버이기도 한 김종민. 김종민은 맏형 김주혁에 대해 “주혁이 형이 처음에는 되게 불편했다. 중후한 이미지였는데 예능을 한다니까 어색한 게 아니라 불편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라고 말했고, 막내 정준영에 대해서는 “4차원이라 방송을 막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욕을 할까봐 무서웠다”고 밝혀 폭소를 유발했다.

이어 정준영은 나이가 많은 형들과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부담감에 대해 “전혀 부담은 안 됐다. 나는 행복했다”면서도 “처음부터 걱정이 하나 있었다면 준호 형이 안 웃길 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개그맨 중 제일 재미없는 개그맨이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웃기더라.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 웃긴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정준영의 ‘디스’에 김준호는 곧바로 마이크를 들어 “나는 정준영이 노래를 못하는 줄 알았다. ‘돌아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노래도 잘하는 ‘돌아이’더라”라고 응수해 웃음을 줬다. 이제는 티격태격 편안한 친구 사이가 된 멤버들의 친밀함이 엿보였다.
더불어 돋보였던 것은 맏형 김주혁에 대한 멤버들의 신뢰. 데프콘은 김주혁에 대해 "주혁이 형이 '1박2일'을 대표하는 컬러가 아닐까 싶다"며 “큰 형의 위치가 중요하다. 큰 형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동생들을 위하고 다독거리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형이지만 때로는 짓궂게 굴어도 받아주고 프로그램 걱정을 많이 하고 처음부터 그래왔다. 모든 멤버가 프로그램에 있는데 주혁이 형이 '1박2일' 하면서 활짝 열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후 김주혁은 ‘1박2일’에 대해 “운이 좋은 게 멤버들이 너무 착하다. 내가 영화와 홍보 때문에 예능에 나왔을 때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너무 많이 배려해줘서 고맙다. 그게 ‘1박2일’의 힘 같다”며 “내가 크게 노출하고 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닌데, ‘1박2일’ 통해 시청자와 친숙해진 게 도움이 됐다”고 예능인으로서의 살아온 지난 1년의 소감을 전했다.
맏형 김주혁이 조용하게 멤버들과 어울리고 섞인다면, 차태현은 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는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이나 시즌2와 시즌3를 비교하는 질문에 직접 대답하기를 자처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소 3년은 버티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그는 "힘들어지기도 하고, 지금 이렇게 보면 3년 밖에 안 됐지만, 결국 버티다 보면 어느 정도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해야겠다'보다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느냐, 인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 “(시즌2는)그 때 트렌드가 뭔지 잘 몰라서, 게임을 많이 하면서 재미 위주로 갔던 것 같다. 시즌3은 시즌2가 욕을 먹었으니, 게임 위주보다는 주어진 설정 자체에서 장치들로 해놓은 정도로 바뀐 것 같다. 지금은 시청자가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제작환경에서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15분정도 방송이 줄었는데, ‘1박2일’이 한정된 시간에서 분량을 뽑으려면 게임을 하는 수밖에 없다. 방송 시간이 줄었다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분량이 타이트해지면서 밀도 있고, 아까울 정도로 편집되는 게 많다”고 시즌3의 성공을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1박2일'은 지난 1일 시즌3 1주년을 맞이했다. 김주혁,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 등이 멤버로 합류한 시즌3는 시즌2의 부진을 걷어내고 다시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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