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보내는 이재우 “선우 형도 가더니…”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2.11 06: 11

정든 동료를 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무겁다. 그것이 화려하게 FA로 입단한 선수의 반대급부로 떠나는 보상선수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정재훈(34)이 롯데 자이언츠로 간다. 여전히 1군 불펜에서 셋업맨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이 건재한 정재훈은 통산 34승 39패 137세이브 61홀드, 평균자책점 3.09의 기록을 남기고 팀을 떠난다. 세이브와 홀드 모두 베어스 프랜차이즈 통산 2위 기록이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정재훈이 보상선수로 지명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롯데가 리빌딩을 추구해야 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두산은 유망주들을 대거 보호하기 위해 나섰고, 롯데는 풀린 선수들 중 가장 탐나는 투수인 정재훈을 찍었다. 정재훈 역시 팀이 장원준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한 것을 기뻐했을 선수들 중 하나였겠지만, 운명은 때론 참 얄궂다.

이는 한 팀에서 오래도록 함께 생활했던 이재우(34)에게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재우는 10일 통화에서 “재훈이가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제(9일) 통화를 했는데, 조만간 만나서 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사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 이사를 가야 하니 힘들 것 같다”며 부산으로 떠날 동료를 걱정했다.
이어 “FA 계약도 한 프랜차이즈 스타 아닌가. 선수들도 다 깜짝 놀랐다”며 선수들의 반응도 전했다. 김태형 감독도 부임 당시 “투수진은 재우와 재훈이에게 맡길 계획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두 베테랑을 신뢰했다. 정재훈의 이탈은 김 감독에게도 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이재우는 더 이상 정재훈과 함께할 수 없음을 계속 아쉬워했다. “같이 팀 내에서 할 수 있는 베테랑의 몫이 있었는데 아쉽다. 빈자리가 클 것 같다. 고등학교 때도 같이 했고 프로까지 14년을 한 팀에서 함께했는데 떠난다고 하니 섭섭하다”는 말로 이재우는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투수진의 기둥 김선우가 방출된 데 이어 정재훈까지 떠난 두산 마운드에서 맏형 이재우는 조금 더 외로워졌다. “항상 힘이 되는 동료였는데 (김)선우형도 가고 재훈이도 가고 하니 서운하다”고 말한 이재우의 어깨가 이제 조금 더 무겁다.
하지만 낙심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팀 투수진이 전체적으로 젊어졌으니 베테랑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이재우의 경험이 빛을 발할 시간이다. 마운드 위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스윙맨으로 활용도가 높은 이재우는 투수들의 리더로서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재우가 정재훈의 몫까지 던지고 후배들을 이끌어 이번 시즌의 아쉬움까지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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