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올드보이'가 '모래시계'를 만났을 때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2.11 06: 54

배우 유지태는 어느덧 17년차 배우가 됐다. 배우를 넘어 이제는 영화감독으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를 스크린이 아닌, TV 화면을 통해 보리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게 게 사실. 그런 만큼 드라마로는 유지태에겐 6년만의 복귀작이라 할 수 있는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에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힐러’는 90년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와 최고시청률 50.8%에 빛나는 ‘제빵왕 김탁구’ 이정섭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 재밌는 것은 이 드라마가 내세우고 있는 ‘모래시계’와의 연관성이다. ‘힐러’는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모래시계’ 세대, 그리고 그 자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유지태는 ‘힐러’에서 모든 기자들이 선망하는 상위 1%의 스타 기자 김문호를 연기하고 있다.  김문호는 전쟁터까지 달려가 특종도 몇 번 터뜨린 유명기자이지만, 마음속에는 어린 시절 경험했던 한 사건에 대한 모종의 죄책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그는 어렸던 그 때, 대학생이었던 형 김문식(박상원 분)을 따라가 만나 관계를 쌓아왔던, 형의 친구들 중 한 사람, 최명희(도지원 분)의 딸을 찾고 있다.

유지태가 맡은 김문호라는 인물은 이 드라마의 인물들을 연결시켜주는 ‘키-플레이어’다.
80년대, ‘해적방송’이라는 신선한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들에 참여했던 ‘모래시계’ 세대와 같은 청춘은 이제 없다. 드라마의 소개 문구처럼 ‘정치나 사회, 정의 같은 건 재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하거나 tvN 드라마 ‘미생’ 속 인물들처럼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허덕이며, 다른 문제를 돌아볼 여유를 낼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사회의 어른이 돼 버린 80년대 ‘모래시계’ 세대 역시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문호의 형 김문식처럼 적극적으로 세상에 적응하며 스스로를 변모시킨 이들이 있는가 하면,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여유 없이,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 채영신(박민영 분)의 아버지나 다른 ‘해적방송’ 친구들처럼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다.
김문호는 이 두 세대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인 동시에 이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의 직업이 방송 기자라는 점, 방송 기자로서 그의 성격이나 행동들이 ‘이상적’이게 느껴질 정도로 올곧고 정의롭다는 점은 그가 극 중 부여받은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변심과 무관심 사이에서 홀로 정의를 추구해 온 중간자 김문호는 이제 조카(?) 세대를 키우기 시작한다. (김문호는 유명한 기자가 되고 싶은 채영신을 진짜 기자로 만들기 위해 나선다.) 원론적으로만 보자면, 대놓고 정의를 추구하고 가르치는 데 기자만큼 어울리는 직업도 없다.
첫 방송 후, 기자로 분한 유지태에 대해서는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정확한 발음과 안정된 톤, 깔끔한 인상이 방송 기자 연기를 하는 데 적격이라는 것. 실제 매우 성실하고 진중한 배우로 알려진 유지태는 이번에도 의상과 헤어, 목소리 톤 설정까지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는 전언이다.
유지태는 그간 많은 작품들에 출연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깊이 각인된 작품은 ‘올드보이’다. 영화 속 치밀하고 주도면밀했던 이미지는 배우로서 그의 개인적인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 배우 유지태가 가진 이 특유의 분위기는 다시 배역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남다른 존재감으로 발산되고 있다. ‘모래시계’를 만난 ‘올드보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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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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