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패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드라마다. 이종석은 1회에서 박신혜가 진경의 딸임을 알았고, 형 윤균상과 13년 만에 재회할 때 이미 그의 범죄를 눈치챘다. 질질 끄는 법이 없다. 미리 판을 보여주되, 더 많이 알고 있는 시청자와 인물들이 긴장하게 만든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 9회에서는 오랜 세월을 돌아 서로의 마음을 어렵게 확인한 달포(이종석)와 인하(박신혜) 앞에 엄청난 난관이 등장했다. 인하가 과거 인터뷰 영상을 통해 달포와 재명(윤균상)의 관계, 자신의 아머니 차옥(진경)과 재명의 악연 등을 알게 된 것이다.
이날 인하와 범조(김영광)는 빙판길 취재를 하다가 재명이 중학생을 구하는 장면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인하는 재명의 인터뷰를 담당했다. 재명은 인하가 송차옥 앵커의 딸인 것을 알아봤다. 재명은 인하와의 인터뷰에서 13년 전 비극적인 화재사건 대해 털어놓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달포는 뒤늦게 사건을 파악하고 위험을 감지했다. 달포는 인하에게 재명과 얽히지 말라고 간곡히 말했다. 이유를 묻는 인하에게 "그냥 내말이니까. 누구보다 널 걱정하는 사람 말이니까 믿어주면 안되느냐"고 부탁했고, 인하는 이를 수긍하며 달포를 안아줬다. 연인에 대한 믿음이었다.
보도 이후 재명은 국민적인 영웅으로 등극했다. 달포는 아버지의 납골당에서 재명과 마주했다. 달포는 살인 사건에 대해 따져물었고, 재명의 답변에서 헛점을 짚어내며 재명을 압박했다. "사과를 받고 싶은 겁니까. 복수를 하고 싶은 겁니까"라는 달포의 질문에 재명은 '복수'라고 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달포는 침묵을 택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인하는 주호(윤서현)가 보여준 과거 재명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재명이 증오하는 기자가 차옥이며, 차옥이 실은 매우 잔인한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과거 하명(이종석)의 운동화를 통해 달포의 정체까지 알았다.
이날 전개는 매우 빠르고 압축적이었다. 인하와 재명의 만남에서 시작해 인하의 사실 파악까지 단숨에 진행됐다. 달포가 13년 동안 홀로 앓아온 비극적인 상황의 고통을 인하는 한방에 맞았고, 시청자들은 그의 혼란과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 앞에 놓여진 고난의 길이 예상됐다.
이제 남은 이는 재명이다. 재명은 자신이 경계하는 달포가 하명임을 모르고, 달포는 형을 지키고자 고백을 미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인하까지 진실을 알게 됐으니, 두 형제의 관계는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이처럼 패를 다 보여주지만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뒤로 갈수록 촘촘한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것. 그것이 바로 '피노키오'의 묘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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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