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이 이상한 오디션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2.12 09: 27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는 '경쟁'이다. 참가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빚어내는 감질맛 나는 긴장감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다.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는 조금 다른 전략을 쓴다. 심사는 날카롭지만 묘한 따뜻함이 있다. '동행'과 '감동'이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착한 오디션'이기 때문이다.
◇ 사연 보단 노래와 성장에
지난 7일 방송된 본선 2라운드는 비슷한 성향의 참가자들이 한 조가 돼 경쟁을 펼치는 랭킹 오디션으로, 박혜수, 박윤하, 정승환 등의 무대가 펼쳐졌다. 첫 주자 박혜수는 1라운드 때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박진영의 지적을 극복한 듯 애절한 감성을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1라운드 당시 박혜수에게 불합격을 준 유희열은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꽤 많다. 전원 탈락도 가능한 랭킹 오디션에서 조원 사이의 묘한 신경전이나 두려움, 불안함을 담아낼 수도 있다. 그 보다는 트레이닝 이후 발전된 실력에 집중했다. 정승환은 1라운드 때보다 더 짙어진 감성으로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소화해 감동을 안겼다. 사연이 아닌 노래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는 'K팝스타'의 취지이기도 하다.
◇ 경쟁 보단 동행에
 
심사위원 3인은 종종 인생 선배로 따끔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K팝스타'는 소속사에 필요한 인재를 뽑는 오디션프로그램이지만, 참가자를 상품으로만 대하지 않는다. 자습을 핑계 삼아 부모님 몰래 오디션에 참여했다는 고3 구기훈에게 양현석과 유희열은 "음악이 도피처가 되면 안 된다" "행복이 가장 중요한 일" 등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32세 최고령자 참가자 김동우에게 유일하게 합격을 준 유희열은 "오랫 동안 음악을 해온 그 마음만은 지지한다"며 와일드카드를 사용했다.
지난 달 1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박성훈PD는 "녹화 중 조명 문제로 정전이 된 적이 있다. 그 상태에서 심사위원 3인이 참가자들과 약 30분 동안 진로상담을 하듯 이야길 나누더라. 당시 상황이 너무 진지해 녹화를 중단할 상황이 아니었다. 방송을 떠나 감동이 오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 감동과 위로를 함께  
이설아는 첫 등장부터 감동을 안긴 참가자였다. 이설아는 지난 달 30일 방송된 1라운드에서 자작곡 '엄마로 산다는 것은'을 불러 화제를 모았다.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만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엄마',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등 평범하고 담백한 가사에는 애잔함이 담겨있었다.
"이런 곡을 들고 오면 반칙"이란 심사위원의 너스레처럼 합격 여부를 떠나 곡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곡을 듣고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 흘렸다는 글이 쏟아졌다. 경쟁과 우승을 우선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묘한 감동이었다.
기획을 맡은 남승용CP는 OSEN에 "지금 세대들이 너무 지쳐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 세대들에게 위로를 건넸다는 것이 제작진으로서는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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