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도전' 강정호 긍정과 부정 교차, 무엇이 진짜일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11 06: 19

그간 미국 진출을 타진했던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좀 더 구체적이고 차원 높은 관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강정호(27, 넥센)를 둘러싼 이야기다. 긍정적 전망, 부정적 전망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답을 알려줄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강정호는 오는 15일경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에이전트를 선임했고 구단에서도 지원을 약속하는 등 사전 준비는 모두 끝냈다. 만약 강정호가 MLB에 진출한다면 한국프로야구에서 MLB로 직행한 첫 번째 야수가 된다. 프로야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 포스팅을 통해 MLB 진출을 타진했던 세 선수(김광현 양현종 강정호)를 비교하면 분명 분위기 자체는 강정호가 가장 좋다”라고 단언했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남다르다. 지역 언론이나 팬사이트가 아닌, 미국을 대표하는 굵직굵직한 매체들이 강정호를 소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진출할 당시와 비교해도 관심도 자체는 손색이 없다.

▲ 차원 다른 관심, 멍석은 깔렸다
미 언론의 보도만 놓고 보면 관심은 분명 남다르다. 차원이 다르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이 전에도 MLB 진출을 타진했던 선수들이 미 언론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공신력’과 ‘소스’가 확실했다고 볼 수 없는 보도도 많았다. 대부분 군소 지역 언론의 보도였다. 그리고 그 지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팬사이트들의 전망이 뒤를 받쳤다. 팬사이트의 컬럼니스트들도 수준 높은 글을 제공하는 경우는 많지만 구단의 동향에 대한 어떤 확실한 정보를 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
양현종의 경우가 그랬다. 뉴욕 지역 언론인 가 불을 당겼다. “92~95마일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으며 메이저리그에서 2~3선발급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라는 보도였다. 당시 한 관계자는 “양현종의 평균 구속과 보도의 차이가 크다. 아마도 에이전트 측에서 넘어간 자료를 인용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보도는 여러 팬사이트에 인용되며 양현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구체적인 보도는 그것에 그쳤고 포스팅서 좌절을 맛봤다. 김광현의 경우는 “언론 플레이도 없이 너무 조용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비하면 강정호에 대한 미 언론의 이야기는 꽤 구체적이다.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의 컬럼니스트 키스 로는 강정호를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랭킹에서 15위에 올려놨다. 강정호의 장·단점이 상세하게 설명됐다. 이는 강정호를 미국에서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 8일에는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이 “강정호 영입에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뉴욕 메츠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헤이먼은 미 언론계를 대표하는 소식통 중 하나다.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심지어 MLB.com이 이 보도를 인용했을 정도였다.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네로는 일찌감치 뉴욕 지역 취재기자들과 만나 강정호에 대한 세일즈를 시작했다. 윈터미팅 이후 포스팅을 할 것이라 못 박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강정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라고 점쳤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다. 여기에 올해 MLB FA시장은 쓸 만한 유격수가 부족하다. “타이밍이 좋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결정은 언론이 아닌 구단이 한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헤이먼의 보도가 나간 뒤 ‘대상팀’으로 지목됐던 두 팀은 선을 그었다. 오클랜드는 빌리 빈 단장이 곧바로 “잘못된 보도”라고 일축했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담당 기자들이 취재한 결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디 앨더슨 메츠 단장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격수 포지션을 보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물론 포스팅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속에 가지고 있는 패를 꺼내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경쟁이 공식화되면 몸값이 뛰기 때문이다. 지금 이야기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현지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네로 역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쿠바 출신이었더라면 1억 달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강정호의 가치를 한껏 치켜세운 네로는 최근 윈터미팅에 참여한 자리에서 “5~10개 팀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는 몇몇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미 언론들은 모두 “한국에서의 성적이 MLB에서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유격수로서 수비는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강정호는 2루나 3루수도 소화할 수 있다. MLB 팀들도 그 전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생각하는 것과 구단이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강정호의 포지션 전환 성공 가능성은 구단이 더 잘 꿰차고 있을 공산이 크다.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대부분 유격수로 뛰었다. 대다수 스카우트들도 그가 유격수로 뛰는 것을 지켜봤다. 2루나 3루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정도의 표본이 모인 것은 아니다.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강정호의 몸값도 상당 부분 변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보다는 직접 강정호를 눈으로 본 구단들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쨌든 출발선에서의 분위기는 좋은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윈터미팅이 돌아가는 사정도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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