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상의원', 아름다운데 치명적이지가 않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11 14: 22

화려함에 감탄하나 황홀할 지경까지는 아니다. 
지난 10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베일을 벗은 영화 '상의원'(이원석 감독)은 의상과 사극을 조합시킨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나, 드라마틱한 재미를 주기에는 도식적인 부분이 아쉽다.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 최초 궁중의상극. 영화는 밀로스 포먼 감독의 1985년작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관계를 그대로 대입시켜 풀어냈다. '아마데우스'가 음악이였다면 '상의원'은 의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대결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부분도 있다.

옷에 대한 영화인 만큼, 옷이 가장 큰 주인공인데, 그런 면에서 확실히 기존 사극과는 다르다. 조선시대에 첫 등장한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재미있다. 한복 시스루, 신발 깔창, 어깨 '뽕' 등 다양한 현대의 것들이 조선시대의 것으로 변신해 재미를 준다.
극 중 천재 이공진(고수)의 재능을 제일 먼저 발견하고, 궁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판수 역 배우 마동석은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숏들을 선보이며 극 초반 톡톡한 역할을 한다.
주인공들을 살펴보자면, 천재를 만났을 때의 동경과 질투가 어침장 조돌석 역 한석규의 처절한 연기 속에 밀도 있게 담겨졌다. 가슴에 눈물을 품은 중전 역 박신혜는 이제 충무로 20대 대표 여배우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안정된 연기에 우는 모습마저도 예쁘고, 유연석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도 섹시한 왕 역을 존재감 있게 해 냈다. 까불까불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진지해지는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의 고수도 제 몫을 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 이공진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그렸다.
하지만 눈요기가 되는 화려함과 인물의 감정선에 대한 이해, 그 이상의 강렬함은 부족하다. 러닝타임 127분이 요즘 영화로 치면 긴 시간이 아닌데, 하염없이 늘어지는 것처럼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그 이유가 뭘까라고 생각하니, 의상 외에는 특별히 독창적인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전면적으로 차용한 모차르트-살리에르 관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열등감에 시달리는 광기어린 왕, 착한 중전과 독기어린 후궁이라는 박신혜와 이유비 등 대칭 구도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지는 못하다. 궁중의상극이라는 장르에 맞게 의상에 충실하고 볼거리가 넘치지만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인물이 이런 전사가 있으니 이런 행동을 한다, 는 식이다.
팽팽한 성적긴장감이 느껴지는 이공진이 중전의 몸 수치를 재는 신 마저도 '상의원'만의 회심장면이라 하기에는 어딘지 낯익은 묘사다.
그래도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를 만든 이원석 감독표 영화라는 점은 발견된다. 이공진이 자신이 만든 옷에 그 만의 마크를 새기듯 '남자사용설명서' 때의 독특한 만화적 감성이 묻어나 한때 동화 같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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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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