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비슷한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미생’ 열풍은 예능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KBS가 2015년 1월 첫 선을 보이는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투명인간’은 직장을 찾아간 강호동과 배우 성혁, 가수 하하, 육성재, 모델 박성진 등 출연진이 매회 출연하는 게스트와 함께 일반 직장인들과 게임을 펼치는 콘셉트의 예능판 ‘미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일반 회사를 찾아가 미리 선별된 직장인들과 웃음을 대결하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큰 화제몰이를 하는 ‘미생’의 열풍을 함께 하겠다는 속내를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데, 현재까지 ‘미생’을 예능 버전으로 풀었던 프로그램의 성적표가 ‘미생’의 화제성을 함께 가지고 간다고 말하기엔 큰 무리가 있어 보여, 새 예능프로그램이 ‘투명인간’의 성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생’은 회사원들의 일상을 담백하지만 긴장감 넘치게 그리고 있는 드라마로, 많은 시청자에게 ‘내 얘기 같다’는 평을 얻으며 인기 돌풍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하지만 회사원의 일과와 그 안의 관계 등의 소재를 차용한 예능프로그램 ‘오늘부터 출근’, ‘풀하우스-직장의 품격’ 등이 미미한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볼 때, ‘재미’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직장인이라는 소재, 또 일반인 출연자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목요일 밤 방송되고 있는 ‘오늘부터 출근’은 연예인들이 신입사원으로서 5일 동안 진짜 직장을 체험하는 직장 리얼리티 프로그램. 메이저 이동통신사를 배경으로 한 1기,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업체와 유명 어린이 장난감 제조업체를 찾았던 2기에 이어 3기 멤버들의 좌충우돌 샐러리맨 체험이 이어지는 가운데, 1%에도 못 미치는 굴욕스러운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이는 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강하늘 분)와 강대리(오민석 분)가 함께 목욕탕에 간 뒤 서로 훨씬 편한 사이가 됐던 장면의 현실 버전을 그려내는 등 다양한 장치로 ‘미생’을 패러디하며 시청률 반등을 꾀하고 있음에도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미생’이 원인터내셔널의 일상을 깊게 조명하면서 직장인이라는 콘텐츠 그 자체로 화제 몰이를 하고 있지만, 호흡이 빠른 예능프로그램에서 진짜 회사원을 등장시켰을 때는 그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오늘부터 출근’에 출연하는 실제 회사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리얼함 보다는 어색함이 더욱 부각되면서 연예인들에게 간단한 미션만을 전달하는 역할에 제한되는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리얼한 회사원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단역에도 엑스트라가 아닌 전문 배우를 투입시킨 ‘미생’과, 리얼함을 위해 실제 회사원을 등장시키는 예능프로그램 사이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차이 속에 그 어색함이 시청자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풀하우스-직장의 품격’에서는 실제 회사에 다니는 일반인 출연자보다는 예능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아나운서, 개그맨 등의 집단이 출연하는 것을 볼 때 이 부분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도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투명인간’ 또한 연예인들이 일을 하는 직장인 앞에서 이들을 웃겨야 이기는 방식의 게임이 진행될 예정으로, 일반 직장인들의 역할이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자들이 과연 일터에 있는 직장인들이 웃기까지의 모습을 인내하며 지켜보고, 또 공감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jykwon@osen.co.kr
'오늘부터 출근'-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