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케빈 효과’에 활짝 웃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3라운드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해 7승 8패, 승점 23점이 됐다. 승점 21점인 한국전력을 제치고 4위로 뛰어올랐고, 우리카드는 1승 12패, 승점 5점으로 탈꼴찌 꿈이 더욱 멀어졌다.
한국전력보다 2경기를 더 소화해 지금의 4위는 한시적인 상태일 수 있지만, 그래도 순위가 올라왔다는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리버맨 아가메즈를 대신한 외국인 선수 케빈 르룩스(25)가 가져온 효과가 현대캐피탈을 중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케빈 합류 이후 현대캐피탈은 4승 1패로 선전하고 있다.

케빈은 분명 특급 외국인 선수라 칭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레오(삼성화재)나 시몬(OK저축은행)에 비해서는 파괴력이 떨어진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난 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산체스(대한항공)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가메즈와 비교해도 에이스 본능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팀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아가메즈보다 훨씬 컸다. 특히 209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사이드에서 블로킹에 적극 가담해 힘을 보탠다. 사이드 블로킹 벽이 높아지면서 중앙 블로커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또한 반대편에 있는 문성민까지 ‘케빈 효과’를 봤다. 문성민은 11일 우리카드전에서 블로킹을 3개나 잡아냈다.
최민호가 받은 효과는 더욱 눈부시다. 케빈과 함께 손발을 맞춘 이후 최민호는 5경기에서 블로킹을 18개나 기록했다. 이번 시즌 세트 당 블로킹 수치는 0.8개까지 올라갔다. 당당한 리그 전체 1위다. 케빈이 스스로 해낸 블로킹도 5경기에서 15개에 달할 만큼 현대캐피탈은 아가메즈가 라이트에 있을 때와는 다른 높이를 과시주고 있다.
단순히 블로킹 수치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케빈이 합류한 후 상대의 공격이 블로킹 벽에 막혀 바운드되는 공은 여오현의 수비범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여오현이 가진 능력을 전에 비해 최대한에 가깝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세터들의 토스와 이어지는 공격까지 힘을 얻고 있다. 11일 우리카드전에서 케빈의 공격 성공률은 43.58%에 그쳤지만, 문성민은 성공률 59.09%로 순도 높은 공격을 했다.
한때 좀처럼 중위권을 위협하지 못하며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전망도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현대캐피탈은 케빈과 함께 살아나고 있다. 시즌 초 돌풍을 일으켰던 OK저축은행도 주춤하고 있어 상위권부터 중위권까지의 판도는 당분간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V-리그 남자부 순위 경쟁이 3라운드 들어 더욱 흥미를 더하고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