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만 잘 뽑아도 한 해 농사 절반은 잘 지은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격언처럼 전해지는 말이다. 그 만큼 외국인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게다가 올 시즌은 다시 3명 체제로 돌아가면서 각 팀들의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우승팀 삼성은 오승환이 빠져나갔지만 외국인선수 3명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고, NC 역시 4명의 외국인선수 활약을 앞세워 창단 2년 만에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선수가 계속해서 속을 썩인 구단도 적지 않았다. SK는 시즌 막판 외국인선수 없이 시즌을 치를 정도였고 한국 프로야구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선수도 있었다. 외국인선수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 구단도 함께 골머리를 앓는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말썽을 일으킨 외국인선수들을 짚어봤다.

▲ 욕은 만국 공용어…자나 깨나 말조심
외국인선수 문제의 대부분은 그라운드에서 나왔다. 특히 도를 넘은 욕설이 문제가 됐다. 올해 노히트노런을 달성했고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게 된 NC 찰리는 욕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기 초반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찰리는 구심을 향해 우리말로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 장면은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혀 전파를 탔다.
한국생활 2년 차인 찰리가 구수하게 우리말로 욕을 했다면, 두산 마야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몸짓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LG전에서 마야는 실점을 한 뒤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다음 날 마야는 LG 양상문 감독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외국인선수의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 SNS, 정말 인생의 낭비인가
두산 외국인타자 칸투는 때 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트위터에서 동양인을 멸시하는 게시물을 리트윗하면서 공유한 것이다. 당장 칸투는 다음 날 "끔찍한 실수였다"고 사과를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생긴 덕분이다.
롯데 외국인타자 히메네스는 백조에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시즌 초 맹활약을 펼치며 롯데 공격야구를 이끌었지만 6월부터 자꾸만 아프다며 빠지는 일이 잦아졌다. 훈련 태도와 선수단과의 관계도 문제가 됐다. 히메네스의 태업 논란이 더욱 불거지게 된 것은 경기 중에도 사진을 공유하는 SNS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했기 때문이다. 더그아웃 전자기기 반입은 금지되어 있는데 히메네스는 수 차례 경기 중 SNS를 즐긴 흔적을 스스로 남겼다.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매너로 한국에서 짐을 쌌던 SK 레이예스는 또 말썽을 일으켰다. 사격장에서 자신이 뛰었던 SK 와이번스 로고를 과녁삼아 쏜 뒤 벌집이 된 로고를 그대로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인 퍼거슨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는 2014년 한국 프로야구에도 적용됐다.
▲ 어긋난 투쟁심,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최근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한 외국인타자 피에는 넘치는 승부욕이 때로는 문제였다. 경기 도중 외야수가 투수에게 뛰어와 다독인 것은 그래도 애교다. 피에는 실책 장면을 지적하던 강석천 코치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피에는 강 코치와 화해하고 '그는 최고의 코치'라는 말까지 했지만, 그래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인 건 사실이다.
SK 스캇은 화려한 경력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으로 출전시간이 줄어들었고 결국 파국으로 끝났다. 전반기 막판 스캇이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이만수 감독은 그를 꾸준히 선발로 쓰지 않았다. 스캇은 이때 자존심이 상했고 부산에서 1차로 이 감독과 가벼운 언쟁을 벌였다. 이후 상황이 달라지지않자 스캇은 문학구장에서 다시 이 감독에게 거칠게 항의했는데, 이때 스캇이 외친 'You liar(당신은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문제가 됐다. SK는 곧바로 스캇의 방출을 발표했다.
▲ 유부남 선수 과도한 추파도 '눈살'
나이 젊은 남자가 여자에 관심을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게 필요하다. 일부 외국인선수는 야구장에 출입하는 취재진에게 과도한 추파를 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11년 서울 팀 외국인선수 한 명은 여성 취재진을 계속해서 훑어보며 구단 직원에게 '저 여자에게 관심이 있다. 오늘 밤 술 한 잔 하자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구단 직원은 어쩔 줄 몰라했다.
올해도 일부 외국인선수의 여성편력 사례는 계속 나왔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의 모 선수는 기자와 연락처를 억지로 교환한 뒤 계속해서 사적으로 만나자는 메시지만 보냈다. 물론 그렇게 하다가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터키 출신 모 방송인처럼 고국에 부인이 있는 선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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