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 고든, 마이애미로 떠나던 날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12.12 06: 18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이제 마이애미 말린스 선수가 된 내야수 디 고든에게 2014년 12월 11일(이하 한국시간)은 평생을 두고 잊기 어려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이날 아침 고든은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저스 재단은 학교에 연료비를 지원하는 커뮤니티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날 고든은 다저스 선수를 대표해 한 초등학교를 지원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오후에는 리틀리그 구장을 방문했다. 시설이 훼손 된 채 방치됐던 것을 다저스가 지원해 재개장하는 행사였다. 고든이 지역의 어린이들과 한참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던 무렵 트레이드 소식이 퍼졌다. 당시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았던 고든만 모든 것을 까맣게 모른 채 그저 자신을 닮아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구장을 줄 수 있게 된 것만 즐거워 했다.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던 LA 타임스가 12일 고든과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정말 놀랐다. 지미 롤링스가 우리 구단의 유격수로 트레이드 된다고 해서 정말 행복했었다. 그런데 내가 트레이드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말았다.” 롤링스는 고든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야구선수였다. (고든은 핸리 라미레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했을 때 자신의 트위터에 '난 이제 누구와 짝을 하지'라는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만 해도 내야에서 유틸리티 맨으로 뛸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였던 고든은 다저스의 톱타자와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면서 올스타로 선정되는 기쁨까지 맛 봤다. 주특기인 발을 살려 도루와 3루타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고든은 이번 겨울 만큼은 트레이드 소문 없이 그냥 지내려니 했다고 한다. 앞선 2년 동안 겨울마다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렸던 것에서 벗어나나 싶었다는 것이다.
놀랍고 또 서운하기도 하지만 마이애미 행이 마냥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든은 플로리다주 출신이다. 올랜도에서 멀지 않은 작은 동네인 윈더미어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지금도 거주지가 그곳으로 돼 있다. 고등학교도 플로리다에서 졸업했다.  고향팀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유명한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부친 톰 플래시 고든의 말도 힘이 됐다. “이것(트레이드) 역시 비지니스의 일부다.” 아울러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 “그 동안 (고령의) 할머니가 멀리 여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기를 보여드릴 수 없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고든은 어린 시절 생모를 잃었고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서 자랐다.
고든은 “다저스에서 했던 것 처럼 마이애미에서도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새 팀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트레이드 발표가 난 뒤 새벽 1시에 고든을 만난 마이크 레드몬드 감독 역시 고든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고든의 스피드는 경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서 마이애미가 2003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주역이었던 후안 피에레를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고든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플로리다로 가기 위해 밤중에 LA 공항에 나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이애미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고 차를 운전해 샌디에이고로 이동했는데 이미 비행기에 실렸던 가방을 다시 내려야 했다고)
고든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6년간 함께 한 모든 다저스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대단한 리더십을 가진 놀라운 구단이었다. 내가 어려울 때 함께 했고 오늘의 강한 남자로 만들어줬다.
늘 대단한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한다. 마이애미에서의 새로운 생활과 내가 태어난 주에 있는 팀의 일원이 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나는 아버지가 프로 플레이어 스타디움에서 마이애미를 상대로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빨리 나의 새로운 홈구장인 말린스  파크에 서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마지막은 평소 독실한 기독교인 답게 ‘THANK YOU  LA. GOD BLESS!’라는 문구로 끝났다.   
고든은 제 시간에 볼 수 없었을지 모르지만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뒤 포수 A.J. 엘리스는 ‘자신의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 선수로 다른 이름을 대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예외였다. 고맙다 플래시 고든 JR’라는 멘션과 함께 자신의 네 살 배기 아들을 데리고 노는 고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아마 고든을 떠나 보내는 다저스 선수들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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